2일(iv)
농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문자가 왔다. 일 괜찮냐, 식사하셨냐. 나뿐만 아니라 농협 중개로 온 사람들 모두 하루 두 번씩 문자를 받았다. 고마웠다. 특히 여자 혼자 온 나의 경우 숙박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농가주가 찜질방비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하니 좋은 농가주라고 했다. 내가 네, 저녁도 원래 사주실 필요 없는데 사주세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우락부락 소리는 질러도 오늘 아침 계속해서 딸꾹질을 하는 나를 보고 탈수인 것 같다며 사탕 4개를 주었던 사람이다. 사탕을 주는 일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래도 배려라고 생각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농가주에게 이 얘기를 하니 농협이 실적 때문에 별걸 다한다고 했다. 자신이 이번에 농협을 통해서 사람을 구한 건 농협 측이 도와달라서라며 원래는 필요 없다고. 자신은 근처 대학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거길 통해서 사람을 받으면 되는데 농협이 실적 쌓아야 된다고 해서 도와주는 거라고 했다. 자신은 여기 마을 할머니들도 알고 마을 잔치 때 얼굴이라도 꼬박꼬박 비추고 농가주로서 입장도 있으니 10만 원이라도 꼭 주고 나오며 마을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나보고 귀농 생각이 있으면 마을 어귀에 담배 가게라도 작게 열어서 매일 주민들과 인사하며 친목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일하는 사람들 중에 마을 주민이라고는 정신지체 2급이라는 그 어머니밖에 없고, 나는 분명 당신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통화하는 걸 두 번이나 들었다. 부인이 농협에서 일한다면서 농협 직원들에 대해 공무원 철밥통 운운하며 소리를 질러야 정신 차리고 일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만 봐도 부인이 일하는 곳은 아무리 생각해도 농협이 아니라 농협 마트였다.
...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타입이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커플은 결국 핸드폰 보상을 경찰을 통해 약속받았다. 10만 원인가, 15만 원. 농가주는 커플이 말을 예쁘게 했으면 자신이 그냥 줬을 거라며 나와 다른 남자에게 저녁으로 된장찌개를 사주며 한탄했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돈을 줄 의사가 없음을 큰소리로 말하던 걸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 농가주는 나와 다른 남자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게 속상한 듯(우리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분명 집에 제사가 있어서 저녁을 사줄 수 없다고 해놓고선 경찰이 온 사실에 놀라고 자신이 소리를 지르자 더 크게 소리 지르는 일꾼들을 처음 만나서 충격을 받은 건지 뭔지, 제사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냐, 지금 벌써 7시가 넘었다는 우리들의 말에 그럼 돈 주고 너희 둘이 저녁 먹고 난 가라는 거냐, 라며 끝까지 함께 저녁 식사 하기를 강조했다. 화장실을 13시간 만에 간 나는 식당 화장실에서 우렁찬 설사를 했다.
불편한 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농가주는 처음으로 맥주를 시켰다. 카스가 두 병 나왔다.
농협을 통해 온 다른 남자는 농가주라면 누구나 자동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번 농사가 첫 농사가 아니니 사람을 쓰는 것도 처음이 아닐 터, 당연히 이미 있어야 할 보험을 언급했다. 그 이러저러 보험으로 해결된다면서. 남자가 말하는 보험이 뭔지 안다면서 시선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니 보험 명칭 자체를 처음 듣는 게 분명했다. 남자도 눈치챘는지 부인분이 농협에서 일하신다면서요, 말씀하시면 부인분이 뭔지 아실 거예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농가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손사래를 쳤다. 남자는 트럭 앞에 있었던 농가주의 소형차를 언급했다. 거기 블랙박스 있죠? 그거 확인해보면 트럭이 정말 가방을 쳤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러자 농가주는 귀찮아서 그런 거 안 달았다고 했다.
하긴, 컨츄리에는 컨츄리 룰이 있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스쿨존 시속 제한 사인에 벌금 나왔다며 저게 사람 미치게 만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기본 보험도, 블랙박스도 성가셔하는 게 당연하게 보였다.
농가주는 앞으로 외지인은 받지 않을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은 무서운 사람이며, 내일 그 커플을 "뺑이 치게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서너 스푼 정도 떠먹은 식사를 마치고 어제와 같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물똥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