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지 않겠다는 농가주의 말은 농협에 (아직) 전달하지 않았다. 농가주 성격을 보아 예상했던 일들 중 하나였고, 정말 마지막 날 소리 지른 대로 돈을 안 준다면 그때 조치를 취할 생각이었다.
내지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니 홧김에 뱉어냈을 확률이 컸고, 아직 일하기로 한 날이 하루 더 남아 있었다. 원래는 3일을 일하기로 했는데 4일을 하기로 했고, 변동 사항을 농협 측에 전달했었다. 4일간의 노동, 그러니까 내일 일을 마치고 지난 4일간의 노동 값을 받을 때 오늘 말한 것처럼 정말 돈을 주지 않거나 삭감한다면 그때 가서 농협 측에 고발하고 따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농협 측에서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두 번씩 꼬박꼬박 문자가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왔고, 이 사람은 공무원의 실적 때문 에라도 보고서를 써내야 한다. 어차피 써야 하는 보고서, 정말 돈을 못 받게 되면 조금 화려하게 만들어줘도 좋겠지. 평가가 형편없는 농가주라면 앞으로 같은 일이라도 농협의 협조를 받는데 뒤로 밀려날 것이다.
이 사실을 아직 표정이 썩어있는 커플에게 알려주고 그러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정말이지 말할 기운이 없었다.
일단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눈을 뜰 힘도 없었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워서 여기서 마치 마라톤 풀코스도 아닌 울트라 마라톤을 끝낸 사람 같았다. 딸꾹질은 하지 않았지만 졸렸고, 또 위장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서 빨리 저녁을 사준다는 식당으로 가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할 것 같았다.
저녁 식사에 농가주와 농협 중개로 온 4명이 함께 앉았다. 어머님과 학생들은 돌아갔다. 나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천둥 같은 물똥을 쌌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졸고 먹으면서 졸고, 그릇 치우고 나서도 졸았기 때문에 분위기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일 못했으니 돈 안 주겠다고 소리 지른 사람과 소리 당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았으니 분명 해피한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리를 파하기 직전에서야 눈을 뜬 나에게 농가주는 날씨 선선한 가을에 옥수수 따러 오라고 했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입을 다물며 사회생활에서 배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