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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27. 2024

매화 피는 봄날에




위잉 위잉.

진동 소리에 핸드폰 화면을 넘어다봤다.



[부산 00 삼촌]




"삼촌~~~~"


"잘 지내고 있나~ 서울은 마이 춥제?"


"네~~ 너무 추워서 집콕 중이에요!!!" 


"그래~~~ 추울 땐 집에 있어야지~~ 내일모레쯤 흑염소 한 박스 갈끼다. 삼촌 동창이 정성껏 키운 거니까 잘 챙겨 먹어라! 겨울에는 그냥 집에서 푸욱 쉬면서 살 찌우면 된다. 봄이 되면 다~~  알아서 잘 될끼다."



삼촌은 저 세상 너머 일까지 다 알고 계시는 듯, 응원이 꼬옥 필요한 날만 골라 전화를 걸어오신다. "지금 좀 고생스러워도 다 지나간다"라고 말씀하셔서 콧잔등이 시큰해질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엔 "좋은 날이 오면 또 좀 안 좋은 날도 오고 인생이 안 그렇드나~ 잘될끼다. 임서방도 그렇고. 건강만 잘 챙기면 된다!"라며 운을 떼신다.



그날도 그랬다. 2023년 12월. 벌려놓은 일은 많고 수습은 되지 않아 버거운 날, 아이들 겨울 방학까지 맞물려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었다. 삼촌이 다 내려놓고 흑염소나 마시며 쉬라고 할 때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면 이 봄날이 더 따사로왔을까?











매화꽃은 잎을 틔우기도 전에 꽃부터 피우며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모진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꽃을 피우니 선비의 꽃이라고 알려져 있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 중 하나로 옛 성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그만큼 애칭도 많은 편이다. 눈 속에 꽃을 피운다는 뜻의 '설중매'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술 이름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무렵 이유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의 절반은 아프고 남은 절반은 자거나 먹이거나 아들들이 해야 할 일을 일러주는 데 썼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잠시 흥에 취해 며칠 반짝 움직이다 또 드러누웠다. 겨우내 못 잔 겨울잠을 내리 자려는 것인지 그간의 긴장이 모두 풀린 탓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에너지를 그러모으려는 듯 흙침대 온도를 높이고 더더더 몸을 웅크렸다.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지 못한 자의 말로인가. 가만, 말.로. 라니?! 그것은 생의 마지막 무렵을 뜻하는 거잖아! 놀라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아파서 누워있었던 건지 누워있어서 머리가 아픈 건지 모를 지경이 되었고 어느새 3월 마지막 주 화요일이다.






매일 걷뛰 인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아이들이 등교할 때 바로 따라나섰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운동화를 신고 말이다. 비가 왔지만 걷기로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데리고 걷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이틀째 나는 나와 잘 걷고 있다. 오늘은 13살 모모랑 함께 걸었다. 어느새 매화는 만발했고 드문드문 개나리, 진달래, 목련 꽃까지 만날 수 있었다. 완연한 봄날이다. 매일 나를 챙겨 함께 걷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더 좋은  위에서 찬란히 웃고 있지 않을까?



그날, 선언하고 시작하길 잘했어! 라며 :)




이야기의 시작을 잊고 싶지 않아 연재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 걷기에 대한 글이 차곡차곡 쌓여 내 삶이 더욱 반짝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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