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야심차게 홍보팀 회의를 마치고 공저 기획까지 마쳤다. 세.상.에. 쓰는 사람들이 만나니 기획서부터 샘플원고까지 일사천리다. 각자 알고 있는 출판사 섭외까지, 두둥.
그리고 일요일, 날이 좋다고 하니 배드민턴 채를 들고 공원으로 나섰다. 이렇게 쓰니까 매주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신혼 초 이후 처음이다. 그 때도 벚꽃 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약수터 배드민턴을 기대하고 나갔는데 남편의 하드 트레이닝에 다음날 걷지도 못했다.
그 뿐이면 다행이게... 밑 빠지는 느낌을 동반한 엄천난 골반통과 복통...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알고보니 삼봉이(첫째 태명)가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때 더 무리했더라면...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쨌거나 그 날 이후로 배드민턴과는 바이바이했는데!
오랜만에 남편과 대결할생각에 설렘 반 두려움 반. 셔틀콕이 찌그러진대다 바람이 순간 순간 불어다는 통에 생각만큼 랠리가 이어지지 않았다.그래도 꽤나 상쾌하고 즐거운 산책이었다. 공원 안에 있는 책 쉼터에서 글도 쓰고 추어탕도 한 그릇 뚝딱하고!
집으로 와서 쉬는데 두통과 함께 몸살이 시작되었다. 이게 무슨 일... 타이레놀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편도까지 부어 인후통에 침도 삼키기 힘들었다. 하아... 진짜 내 몸이지만 너무 한다...
그렇게 일요일 오후부터 화요일까지 꼬박 이틀을 아파 누웠다. 수요일 오전 두통은 나아진 것 같지만 새벽녘 수도없이 해댄 기침 때문에 갈비뼈 부근 복통이 심해졌다. 기침이 나올까 무서울 지경... 계속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목을 달랬다.
집 앞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상호대차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는 것. 아들 하브루타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야할 책이라 주섬주섬 옷을 걸쳐입고 나섰다.
'아, 따뜻해...'
어느새 봄이 되어버렸다. 분명 지난 일요일엔 보지 못했던 벚꽃이 만개했다. 팝콘처럼 퐁퐁 터진 모습에 넋이 나가 한동안 해바라기라도 된 것 마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엄마는 이렇게 자주 아플까?"
"아마도 유전병인가봐요. 엄마의 엄마도 엄마 나이 때 난소암에 걸리고 엄마의 아빠도 암으로 돌아가셨잖아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명쾌하게 말하는 첫째의 대답에 씁쓸한 헛웃음이 났다. 유전... 누구를 닮기를 바래야하나? 그런건 안 닮고 싶은데...
"그런데 나도 엄마 닮아서 아프면 어쩌죠?"
아들의 물음에 아빠를 닮으면 건강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이라도 건강해서 다행이네. 골골 백 세라는 말도 있던데 이렇게 자주 아프면서 백 살까지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