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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13. 2024

헬스장의 다정한 관찰자


 2회 헬스 PT를 받고 있다. PT는 퍼스널 트레이닝의 준말로 1:1 개인 지도를 뜻한다. 운동, 식단 등 전반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다. 요즘 나의 새로운 운동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다정한 관찰자들 덕에 힘이 난다.


그간 요가, 수영, 재즈 댄스 등 단체가 함께하는 운동만 하다가 1:1 필라테스를 통해 처음으로 개별 운동을 해봤다.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오랜 치료 끝에 새로 선택한 운동이었다. 거의 재활 수준이었는데 점점 자세가 좋아져서 2:1, 4:1, 8:1까지 점점 인원 수가 많은 반으로 옮겼다.


제법 좋았다.

지난 겨울 필라테스 먹튀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이후 간간히 뒷산도 걷고, 유튜브 보며 운동, 댄스, 스트레칭 등을 했다. 일명 홈트! 하지만 바깥 운동은 날씨 탓, 집에서는 시간 부족 탓?!을 하며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체력의 한계를 느낀 내게 마지막 희망이 바로 PT였다. 유영만 교수님께서 쓰기 위해 새벽 바람으로 운동부터 한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헬스 첫 날부터 안면을 트게 된 엄마 뻘 되시는 분이 스트레칭을 하고 계셨다. 그 곁에 슬몃 앉아 같이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더 숙여야지요~~"

"안내려가요!!! 으아~"


10분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할머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


"선생님한테 잘 배워요~~~"

"아유 무슨~ (유튜브 속 여자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선생님이지~"


우여곡절 끝에 스트레칭을 마치고 기구 쪽으로 향했다. 분명 전날 PT를 받으며 해봤던 기구인데 혼자 하려니 맞는 자세인지 헷갈렸다.


"무슨 종이를 들고 다녀요? 어디 봐봐~"


"아~ 제가 pt를 받는데 오늘처럼 혼자 운동하는 날에 운동 코스 짜주신거 보면서 하래요. 그런데 봐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다 그래요. 하다 보면 익숙해질거야~~ 여기 좀 봐봐요~ 종이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르는 거 있으면 알려줘요"


"아~ 이건 원래 반대 방향 보고하는 건데 나는 어깨가 안 좋아서 이렇게 하는 거에요~"


"아... 어쩐지 저 쪽 보고 앉아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했어요!! 감사해요~"


"PT 받는다고? 잘 했네~ 첨엔 하는 게 좋아!"



오전 시간에 할머니들 아니 엄마뻘 어르신들이 정말 많다. 서로 언니 동생하며 커피까지 돌려가며 마시곤 하셨다. 얼마나 오래 보셨기에 저리도 친한가 궁금했는데 오늘 그 틈바구니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열 분 정도 되는 분들이 헬스장이 처음 오픈한 10년 전 무렵 초기 멤버였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 부분 리모델링이 있었고 대표가 바뀌었다는 것 등 다양한 헬스장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올해 내가 딱 68살이에요. 10년 전부터 헬스 다니기 시작했는데 더 빨리 다녔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오십견으로 너무 고생하다 갔거든요."


치료를 받고 또 받다가 근본적인 원인인 근육 부족을 해결하려고 헬스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탄탄한 잔근육들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무려 10년!!


"하다보면 다 되게 되어 있어요."


이 말이 괜스레 따스했다.


뭉클한 마음으로 마지막 동작을 하는데 다른 분 PT 수업을 마친 코치님이 수업 완료 서명 받기 전에 잠시 오셔서 자세를 고쳐주고 가셨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나를 다정하게 관찰해 주는 곳이라니 :) 이름 그대로 로망이 있는 헬스장!이었다. 내일도 모레도 기꺼이 다정한 관찰자들 틈바구니로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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