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이고, 당신은 흙이야.

<거꾸로 시드>, 딜런 시어스비

by 정예슬

몰랐다 정말. 그와 내가 이렇게도 다른 줄!

연애할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한정 맞춰 주고

어떻게든 같은 취향인 듯 하나로 포개지려 애썼건만.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8년을 사는 동안

"안 맞네. 너무 다르다 우리."를 읊조린다.


우연히 선물 받은 책에서 성향 분석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물, 남편은 흙.

물의 성향인 사람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듯 유연성이 있고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다.

흙의 성향인 사람은 땅이나 단단한 바위의 이미지로 믿음직스러우며 성실하고 끈기가 있다.

반면 물은 우유부단함이라는 단점이, 흙은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남편에게 공감을 원했다면 남편은 나에게 논리정연함을 원했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자꾸만 내놓으라 한 것이다.

갈등은 커져만 갔고 원망은 쌓여만 갔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하게 되었고,

그대로를 인정하기로 했다.

가끔은 남편에게 "물 흐르듯 좀 살아~"라고 말하고

남편은 나에게 "원칙을 지켜~"라고 말하지만.

미움에서 나온 가시 박힌 말이 아니라,

잘 안되겠지만 좀 노력해보자! 라는 격려의 의미라는 걸,

이제는 안다.



▶ 틀린 게 아니야!




아이들과 그림책 <거꾸로 시드> 읽으면서 나눈 대화의 일부다.


"시드는 틀린 게 아니야. 그냥 다른 것 뿐이야."


시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든 것이 똑바로 놓여진 마을에 홀로 거꾸로 서 있다.

어느 날, 시드의 집 창문으로 날아든 농구공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은 창문을 고친 후 모든 가구를 시드의 방향으로 바꾸어준다.

시드와 친구들이 함께 거꾸로 식탁에 앉아 파티를 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극단적인 사례일 뿐,

비단 시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제각각 다르다.

생김새도, 생각도, 취향도.


그림책을 통해 본 타인의 삶은 참 흥미롭다.

'저렇게 살아갈 수도 있구나!' 재미있게 들여다 보게 된다.

일상 속에서도 그런 시각이 필요하다.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고 생각하기 보다

'나와 달라서 흥미롭네. 더 알아보고 싶다.' 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볼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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