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진주 좀 아는 남자

by 정예슬

"진주에요."


"전주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특히 소개팅 자리에서

한번 쯤 꼭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예슬씨는 고향이 서울이세요?"


처음 서울 올라왔을 , 사투리 쓴다고 발령 동기에게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는데

이젠 서울에서 태어났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진주에서 또 제주에서 지방러로 살던 내가!

상경한지 10년이 넘어 제법 서울 사람 흉내를 잘? 내고 있나보다.


내 고향은 경상남도 진주다. 문화예술의 고장 진주!라는 문구가 반기는.

대학 동기가 진주 유등축제에 놀러왔다가 일본 소도시에 온 듯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며 무척 놀라워했다.

서울의 한강보다 훨씬 폭이 좁지만, 남강이 유유히 흐르고 스카이라인이 낮아 편안함이 느껴지는 작은 도시. 옛날 옛적엔 도청 소재지였고 교대를 포함해 국립대가 세 개나 있는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강과 비교하다보니 웃픈 추억이 떠오른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 겁도 없이 한강철교를 걸었다.

남강에 걸친 천수교 정도로 생각했던 나는 그 때 처음 느꼈다.

서울, 참 크구나.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다리.

무모했던 스물넷 여름, 서울에서 살아봐야겠다고 처음 다짐했다.)


다시 내 고향 진주.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님은 진주여고 출신이다.

같이 학교 다닌 적도 없는 까마득한 분이지만 선배님이라 부른다.

진주성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논개가 뛰어내린 의암 바위도 있다.

갑자기 진주 홍보대사가 된 느낌.


알쓸신잡이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나와서인지

SNS의 발달 때문인 요즘은 진주를 모르는 사람이 드문 것 같지만.






10여년 전만해 고향이 진주라고 하면 하나같이,

"아~ 그 비빔밥 유명한 곳이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진주도 육회 비빔밥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대체로 비빔밥 하면 전주를 떠올리니, 더 이야기 나눠봐도 십중팔구 진주를 모르는 사람이다.


보석 '진주'를 들먹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판.





ⓒ Schäferle, 사진 출처 Pixabay




그런데!! 남편과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달랐다.


"진주요? 알죠 알죠.

저 거기서 군 생활 했어요!!!"


그렇게 내 고향 진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에게 진주는

군 생활을 했던,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집에서 너무도 멀고 먼 곳이었다고.


결혼 하고 몇 차례 진주에 가게 되었을 때,

"내가 여길 또 올 줄이야!" 라던 남편의 말이 왜 그리도 웃펐는지.


'진주' 좀 아는 남자를 시작으로 '베이스 기타' 좀 아는 남자로.

남편과 나는 첫 만남에서 음식이 다 식어빠질 때까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인연이란!

진주, 그거 좀 안다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버렸던 첫 만남.

별 것 아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던 시작.

그래서 우리는 부부가 될 수 있었나보다.


가끔,

서로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날카롭게 다가올 때,

우리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그 때 그 즐거움과 설렘을 길어올려본다.





+) 진주에 '하모'라는 캐릭터가 생겼다. 펭수만큼 유명해지길! 귀여운 하모 흥해랏!

인스타그램에서 '하모 그리기 대회'가 열리기에 소개해봅니다. 저랑 아들들 같이 슥슥 그려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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