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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결혼사수
02화
맥주를 소주잔에 마시는 남자
by
정예슬
Nov 24. 2021
"맥주 한 잔 할래요?"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과 나는 두 번째 만남에서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갔다.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이미 카페에서 배를 채워버려서 밥 생각이 없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남편에게 맥주는 어떠냐 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10월 마지막 주
주말.
비가 와서 급격히 낮아진 기온 때문에 처음으로 겨울 코트를 꺼내 입은 날이다.
두 번째 만남은 그보다 더 추웠던 거
같다.
그땐 흔쾌히 응했지만,
지금의 남편을 생각하면 무척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흑맥은 사계절 내내 괜찮은 거 아닌가??'
당시 나는 흑맥 마니아이기도 했지만
근처에 있는 그 분위기 좋은 매장을 놓칠 수 없었다.
500이
훨씬
넘는 기다란 잔에 넘실대는
흑맥의 자태.
적당히 어둡고 따뜻한 조명과 연말스러운 분위기.
카페에서
겉돌기만 하던 얘기들을
여기서는 더 깊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무슨 얘길
나눴더라?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었다.
'이 사람, 술
정말
못
하는구나.'
어두운 조명이었지만 얼굴이 불타오르는 게 보였고,
맥주 한 컵을 다 마시지 못해 반이나 내 컵에
따라주었다.
그때부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괜히 오자고 했나 봐.'
'맥주 한 잔을 못 마시니 앞으로 술친구 하긴 글렀네.'
그렇게 어영부영 헤어져 기약 없이 만남을
미루었
다.
그땐 재미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 같다.
첫 만남에서 음식이 다 식어빠져 못 먹을 정도로 몇 시간을 떠들어댔으면서 술이 뭐라고.
지금 생각하니 어이가 없지만, 그땐 그랬다.
결혼하고 아들 둘 낳아 사는
지금은
,
없던
술
약속도 만들어 늦는다는 남편들과 달리 제깍제깍 집에 들어오는 남자라 좋다.
회식에 가서도 부어라 마셔라 이 세상 술 다
마시고 오지 않는 남자라 좋고.
집에서 나랑 마실 땐, 소주잔에 맥주를 담아 마셔도 분위기
맞춰줄 줄 아는 남자라 좋다.
ⓒ jarmoluk, 사진 출처 Pixabay
맥주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연달아 아이 둘을 낳고 모유 수유하며 몇 년을
보낸 후 다시 술을 마시자
왜 그렇게 숙취가 심하고 몸에 안 받는지.
..
이제는 나도 남편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주량이라 같이 소주잔에 맥주를 마실 판이다.
소주잔이든 간장 종지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함께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들 얘기,
부모님 얘기,
회사 얘기, 또 우리의 꿈과 미래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함께 웃고 울 수 있어서
참, 좋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살고 계신 분이라면
부부가 8년을 살며 늘 좋았을 거라 생각하진 않으실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와 "사랑해"로 글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부부의 가상한 노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고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 있다.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부부로 연이 맺어졌구나 싶기도 하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듬어 주기 위해.
오늘도 출근길 뽀뽀와 하이파이브로 남편을 보냈다.
집 안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여
밖에서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보, 우리가 따뜻한 사회 만들기에
한 스푼이라도 기여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며
행복하게 오늘을 살자 :)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행복함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keyword
부부생활
남편
결혼생활
Brunch Book
작정하고 결혼사수
01
첫 만남, 진주 좀 아는 남자
02
맥주를 소주잔에 마시는 남자
03
똑똑, 노크하는 남자
04
새벽에 요리하는 남자
05
나는 물이고, 당신은 흙이야.
작정하고 결혼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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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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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
저자
예스리딩 대표|작가|강사|5.3만 교육 크리에이터 @yeseul_check <열려라역사논술><초등긍정확언일력365><슬기로운독서생활><너의생각을응원해!>등 10권의 책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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