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노크하는 남자

by 정예슬

'똑똑'


어김없이 남자는 노크를 한다.

연애할 때는 몰랐던 습관이다.

분명 신혼 초에도 그런 적이 없다.

대체 언제부터일까?

노크하는 행동을 시작했던 정확한 날짜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남자가 그 행동을 시작하기 직전의 사건을.


그 날은 영하의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한겨울이었다.

"앗 따가!"

갑작스러운 남자의 비명 소리에 아기띠를 하고 있던 여자는 깜짝 놀란다.

남자의 고성보다 아기가 깰까 봐 놀랐던 것이다.

"왜 그래?"

여자는 한껏 목소리를 낮춰서 눈짓으로는 아이가 잔다는 걸 알리며 남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전기 때문에"

"아......"

그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아이를 깨울 뻔하다니, 조금은 짜증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날을 계기로 남자는 차에다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손잡이에 손을 바로 갖다 대면 지직- 정전기가 오른다며

그걸 방지하기 위해 미리 자동차를 몇 번 두드리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 손잡이를 잡을 때 정전기를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나로서는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급히 행선지로 향해야 하는 날에는 그 잠깐의 두드림도

시간을 몇 만 배나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져 한숨이 절로 난다.


이후 남자는 정전기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 겨울에 덮는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에도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며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세월이 흘러 두 이불 덮는 사이가 되자 자연스레 남자의 이불은 패딩 소재로 바뀌었다.


웨딩 촬영 때 함께 입으려고 샀던 수면 잠옷도 서랍장 깊숙이 들어간 지 오래다.

수면 양말은 말할 것도 없다.

여자는 가끔 궁금하다.

원래도 정전기를 싫어했는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 건지.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요즘 하는 행동은 싫어함을 넘어 무서움에 가까울 정도니까.






그런데 오늘, 아이를 내려주려고 차 뒷문을 여는데 손잡이에 내 손이 닿자 지직- 정전기가 이는 것이다.

장갑을 끼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맨 손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흠칫, 몸이 굳어버렸다.

자동차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정전기라고 다른 여타의 물건들과 아주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이라 순간 얼어버린 것이다.


트렁크 문을 열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노크를 할까 말까.

그였다면 망설임없이 노크를 했을 것이다.

'똑똑' 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잠시 귀가 소란스러웠다.

'에이 뭐하러 굳이...'

조심스럽게 트렁크 버튼을 눌렀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순간 헛웃음이 나오며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만약 차에 노크를 했더라면?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넘겼을 것이다.

내가 하는 건 괜찮고, 남이 하는 건 이상하다 느끼다니.

세상사 모든 일에 내로남불이 적용된다.


이제는 남자의 노크가 마냥 싫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냥 오늘을 떠올리며 빙긋 웃고 말겠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이해심이 넓어질까.

아직은 30대라 다행이라 여겨야할런지.

40대에는 부부일도 세상일도 눈살 찌푸리지 않고 그저 웃어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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