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학 명작론

by 마리폴네르

사건은 일어나고 누군가는 기록한다

기록은 사건을 전달하지만 그건 누군가가 기록된 대로이다

사건을 기록한 이유는 전달이 목적이다

개인의 일기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자라는 예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혼자 본다고 해도 그건 자신의 미래에게 또 다른 전달이다

이렇듯 기록을 하면 무조건 목적은 전달이 된다

이처럼 기록을 하는 이유가 명백히 전달이라면

당연히 글에는 전달되고 싶은 의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목적을 가진다는 건 당연히 의도가 있는 것이다

냉정한 객관성으로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고자 쓰는 것도

결국 그 자체가 의도가 되어 어떠한 기록도 사실상 객관적일 수는 없다


"밤은 어둡고 풀벌레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평범한 기록이지만 누군가에겐 밤은 그다지 어둡지 않고 풀벌레 소리는 크게 들릴 수 있다


"자동차가 빠르게 앞을 지나갔다"

자동차는 트럭일 수도 있고 승용차일 수도 있고 빠르다는 건 상대적 개념이다


눈과 귀, 그리고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 느낌 등 모든 오감과 지각이 어떠한 글에든 투입되고

아주 아주 작은 의도도 글에는 나타날 수밖에 없고

기록을 확실한 전달을 위해서 쓸 때는 더더욱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왜곡되기 마련이다

자 이제 누군가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묘사한 글을 쓴다

아주 쉽게 독자는 그 글을 쓴 의도대로 읽어버린다

이렇게 글이라는 것은 그리고 책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다

읽는 이에게 그 순간 아주 강한 전달력과 맹신을 주기 때문에 함부로 쓰고 전달되면 바로 읽는 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글은 세상 어떠한 보약보다 좋고 나쁜 글이라기엔 그렇지만 좋은 의도로 쓴 글이지만 의도와는 달리 내용에 오해를 불러와 나쁜 생각을 전달하는 글은 정말 마음에 독과 같다

따라서 어떤 글을 읽든 간에 독자는 그냥 글을 읽지 말고 필자의 의도를 알아내 읽어야 하고 이를 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이다

진정한 독서에서 중요한 건 지금 활자를 따라 내 눈이 옮겨지며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게 아니라 글의 내용을 파악해 마음으로 해석하며 작가의 의도와 방향을 알아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한 줄을 읽어도 하루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 그 의도를 파악하면 진정으로 값진 무언가를 얻는다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그래서 늘 독서도 연습을 해야 하고 그렇게 글을 읽다 보면 비로소 진정한 내용이 파악되면서 어떤 글을 읽든 간에 읽는 재미에 빠져 헤어 나오기가 어렵기까지 한다


노벨상을 탄 소설을 읽고 제목과 줄거리를 기억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사실감 나는 주옥같은 묘사를 찾아 외우다시피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작가가 의도를 갖고 쓴 바로 내가 지금 읽는 글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 독서이다


그렇지만, 여태껏 얘기한 사실은 걸작, 대작은 진정한 내용파악이나 작가의 의도파악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저 읽기만 해도 그게 얻어지게 끔 되어 있다 그래서 명작이다

누구나 아무런 의식 없이, 위에서 말한 아주 어려운 의도피악을 안 해도 자연스레 마음을 적신다

그러나 간혹 그렇지 않은 명작도 있는데 그건 번역의 오류라 생각한다


길게 오락가락거리며 이렇게 써내려 온 이글의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책에 대해 그리고 명작에 대해 우리가 왜 열광하고 미쳐야 하는지에 대한 내면적 원리이다

나름 친절히 의도를 밝히고 보다 상세히 글과 책에 대해서 설명을 하며 사실을 적었지만 왠지 나 또한 읽는 이에게 강한 독을 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이전 09화충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