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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아부지 Aug 07. 2023

건강한 관계

아빠 87일차



오랜만에 회사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회식이라는데 휴직자인 나까지 챙긴다고 연락이 왔네. 고맙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나가는 게 모양새가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나쁘게는 오지랖이라 부르기도 하고 좋게는 챙긴다고 하는 것들, 적절한 선만 지키면 나쁠 거 없다. 사생활과 분리가 쉽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정도로 호출하는 것은 익스큐즈된다.


우리 딸에게도 ‘아빠 여기까지! 나머진 내가 할게’ 하는 순간들이 생기겠지. 그럴 때 상처받지 않고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비는 건강한 관계여야 할텐데... 보통 부모들은 아기에게 너무 많은 정을 줄 수밖에 없어서 그리 잘 안된다. 한편으론 그렇게 서로 독립돼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의 인간, 사회라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딸에게 엄마 아빠는 어떤 존재로 기억될까. 유튜브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카톡만 줄곧 하는, 게을러 테니스를 가지 않는, 자투리 시간에 잠만 자는, 책을 펴자마자 잠드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반성) 해야겠다. 그래야 더욱 건강하게 서로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혹여나 그렇다한들 사랑은 넘치도록 주는 부모가 될게.


오늘은 노을에 비친 김포대교 위에 차량에 햇빛이 쏟아진다. 꽁무니가 빛을 내며 좌로 우로 지나가는데 꼭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반딧불이 같아. 아름다운 반딧불은 함깨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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