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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Jul 11. 2024

널 만나서

  싸우긴 했지만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딸 보러 올라온 엄마와 기차역에서 큰소리로 다투었다. 조용했던 엄마는 이번에는 달랐다. 서운한 마음에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셨다. 


 그렇게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던 토요일 오후였다. 울적한 마음에 이태원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그렇게 녹사평역 근처를 지나가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흰색 강아지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용산구청에 차를 세우고 눈을 사로잡았던 강아지를 찾아갔다. '유행사'단체가 진행하는 유기견분양 행사였다. 그중 분홍리본을 하고 있던 강아지는 귀여움과 애교로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인기 많은 강아지 뒤에 슬픈 눈을 한 덩치(?) 있는 강아지를 보았다.

 간식을 주는 행인들을 뒤로하고 임시보호를 했던 보호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녀석의 눈빛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매서운 눈, 두터운 앞다리, 유난스럽게 행인들을 등지고 앉아있는 강아지에게 갑자기 눈이 갔다. 그 녀석의 눈빛에서 아빠눈이 떠오르다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자리를 벗어났다. 알 수 없는 이 매력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그렇게 이태원을 한 바퀴를 걸었고 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그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이미 저녁 다섯 시가 넘었고 분양 행사는 마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랑스러웠던 눈빛의 강아지는 외국인부부에게 입양을 갔고, 유난스럽게 차가웠던 강아지, 나를 홀려버린 녀석을 포함한 덩치 큰 몇 마리만 남아있었다.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이 녀석을 입양하기로 했다. 엄마와 싸우고 울다가, 걷다가, 낯선 강아지를 자취방에 데려온 날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았는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입양한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기본 검진을 받았다. 건강한 4개월 남자 강아지, 나이와는 정반대로 쓸쓸한 눈빛을 한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다음 날부터 우당탕탕 견생이 시작되었다. 너의 이름은 '랑아(朗)!


  밝고 경쾌한 이름처럼 동네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기견이 낳은 강아지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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