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작년에도, 올해도 생활비 대신 빚만 가져온 곰이 당당했다.
작년에는 미안해하기라고 하고, 잔소리를 들어주기라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달랐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려는 최소한의 도리도 없고, 그저 냉소적으로 비웃었다.
"송변호사가 그러는데, 네가 한 말 녹음해서 폭언으로 신고하라고 그랬어."
남편의 대학교 동창 그룹에는 변호사가 한 명 있다. 꽤나 극단적인 성향에... 나로서는 조금도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이 남편과 친했다. 그 사람은 남편이 사고를 칠 때, 잔소리하는 내 얘기를 녹음해서 처벌할 것을 뒤에서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 친 사고 역시 자세히 말하지 않고, 메시지로도 말하지 않는 그 무엇은 전과 달랐다. 아마도 변호사형이 뭔가 훈수를 두면서, 불리할 만한 증거를 남기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곰인 줄 알았는데, 음흉한 너구리였다.
그렇게 너구리아저씨는 칼 같이 퇴근하고는 근처 PC방에서 몇 시간을 버티고 밤 10시가 되면 들어왔다. 그리고는 재빨리 잠이 들어서 아침 일찍 나가는 패턴이었다. 그리고 수시로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눌렀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나와 정반대로 너구리아저씨는 더 차갑고, 냉소적인 얼굴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