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빚의 통보를 받았고, 그 행방이 묘연했다.
점쟁이를 찾고 싶기도 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가 무서웠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빠진 곳이 수렁인지, 강인지, 바다인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급하게 변호사 상담을 삼십 분간 받게 되었다. 물론 그때에도 이천만 원의 출처는 몰랐다. 다만 그전에도 꽤 큰돈이 너구리아저씨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되었다.
나는 내가 아는 상황을 간략하게 말씀드렸다. 두 명의 변호사는 동일한 답변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헤어져야 해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걸로도 모자라서 해코지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너구리아저씨와 최대한 빨리 헤어지라고... 시간이 갈수록 더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돈을 벌어온 적도 없고, 빚만 가져왔는데.... 더 오래 살다 보면 나중에 혼자 모은 기존의 것들까지 재산 분할이 이루어진다고....
아무리 봐도 너구리아저씨가 나와 헤어질 이유는 없었다. 돈도 갚아주고, 생활비도 해결되고,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 재산 분할도 받을 수 있다니. 벌써 친한 형이리는 양변호사와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어떤 시나리오까지 쓰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 문제가 있기 전부터도 우린 데면데면한 '소 닭 보듯 하는 사이'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유난히 다정한 목소리와 어깨동무 등으로 '쇼윈도 부부'연기를 하는 남자였다.
그 역겨운 연기를 두고 보고 있었으니... 나 역시 그의 연극에 동조하고 있었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교육자'라는 소개 문구는 그 남자의 어머니와 그 사람 본인이 자랑하는 단골 멘트였다.
남들 보기에도, 내가 보기에도 꽤나 그럴싸한 그 문구에 속아 버렸다. 그렇게 내 인생의 십 퍼센트를 날려 버렸다.
특히 남자 변호사님은 이 와중에도 난임센터 이야기를 하는 나에게 조용히 정신과 상담을 권유했다. 많이는 갈 것 없고 몇 번 가면 좋을 거 같다고. 특히 연세가 좀 있는 원장님을 만나고 오면 좋아질 거라고.
그분이 보기엔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였던 것 같았다.
반대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이 단단해졌다. 난 깊은 바다에 빠졌고, 아무도 구해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내가 나를 구원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