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고백

by 걷는 연습

집 밖에는 벚꽃이 한창이었다. 화사한 벚꽃을 보아도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가 사기를 당한 이후로 본인이 사고를 치고 다녔다. 머리에 무엇이 빠져나간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을 이제야 내가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혼 전, 김여사 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얘가 카드론을 크게 써서 내가 갚아준 적이 있어. 얘가 돈문제가 심각한데 그래도 결혼할 거야?"라면서 결혼을 말리신 적이 있었다. 그저 나를 반대하기 위한 이야기로 흘려들었던 그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졌다.


결국 참고 참으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는 오늘 밤 판사도 되지 말고, 검사도 되지 말자.'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즉 너구리아저씨가 편하게 말하여 할 수 있도록 어떠한 말도 덧붙이거나 비난하지 말고 듣기만 하리라.


그렇게 나는 너구리아저씨가 일 년 동안 벌인 일을 호프집에서 듣게 되었다.


일 년 동안 신용대출로 생활비도 쓰고, 돈 좀 불려보겠다고 주변에 보냈다가 반절을 날려버리고, 또 남은 돈과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으로 도박도 하고, 친구와 큰 싸움도 했고... 자포자기에 나쁜 생각도 했지만 현재는 심리치료도 받고 꽤 괜찮다는....


밤에 들어서인지... 듣는 나는 눈물샘이 폭발해 버렸다.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고 하니 불쌍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물론 비겁했다. 스스로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웃으면서 여기저기 남의 귀한 돈을 빌려서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이.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다. 돈이 없거나, 날리면 벌어서 갚아야 하는 게 아닌가? 왜 남의 돈을 공짜로 가지려고 하지?


멀리 가지 않아도 쿠팡 물류창고도 있고, 배달 알바도 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인 이 사람은 남는 게 시간이었다. 특히 같이 사는 이년이 넘는 시간 중에 바쁜 날은 아주 짧았다. 집에서 하루 종일 폰을 보고 누워 있는 반백수 아저씨를... 나는 교수를 위해 준비하는 학자 콘셉트로 소개를 받았고, 그렇게 굳게 믿고 살고 있었다.


차라리 가만히 놀기라도 하지.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벌이고 다녔던 걸까? 너무 많은 비밀을 가진 너구리아저씨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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