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이었다.
근무 시간의 남편의 전화가 왔다.
"할 말이 있는데..."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또 돈 달라는 이야기구나.
수다쟁이가 말을 천천히 꺼내서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할 때는 또 돈 이야기였다.
분명 주말에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없었고, 늘 그렇듯이 침대에서 나무늘보처럼 하루 종일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곰이었다.
그런 곰아저씨를 데리고 어제는 회사 지인과 부부동반 점심 모임을 했었다.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하고 끊어버렸다.
그러자 미친 듯이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다.
"내가 이천만 원 신용대출이 있어."
"이천만 원을 어디에 썼는데?"
"엄마가 그 일 당하시고 일할 상황이 아니라서 일에서 빠졌고, 생활비가 없어서 썼고, 학회에 돈을 썼어."
"당장 헤어져!"
학회도 생활비도 거짓말이었다. 생활비는 주유비, 핸드폰비 외에는 들지 않았고, 생활비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늘 당당했다.
몇 년만 기다리면 교수가 된다고. 맡겨놓은 자리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저렇게 연구 실적도 없이 시간만 나면 누워있는 곰아저씨에게 그런 행운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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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눈물만 흘렀다.
점심시간에 차 안에서 울다가 멈추다가, 핏줄이 서 있는 눈이 백미러에 보였다.
가장으로서 생활비도 못 벌어오면서, 벌어온 적도 없는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징그러웠다.
만나서 결혼까지 사 년의 시간은 모두 가짜였다. 화려한 포장지 안에는 오물이 가득했다. 그게 그 사람의 실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