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나짱비치에서

by 김혜미
맨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처음 나짱비치를 마주하기 전에는 멀리서도 빛나는 물 위를 아른거리는 윤슬의 모습을 보고, ‘아 내일은 저기 들어가서 수영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사나운 파도와 괜히 움츠러들게 만드는 거친 파도 소리에 생각을 바로 접었다. ‘그래, 그냥 바다에는 들어가지 말고 해변에서 글 쓰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자.’


그렇게 핸드메이드 샌드 베드를 만든 후, 뜨거운 햇살을 등으로 흡수하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건너편 빈펄랜드에서 신나게 혼자 잘 놀고 있을 동생도 떠올려보며, 물속을 즐기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태블릿으로 눈을 돌려 글을 쓰며 아주 여유로운 한낮을 만끽하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나를 유혹하는 하나 둘, 삼삼오오 모여 물속을 자유롭게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바다에서 처음 만나 다음 약속을 기약하는 남자 셋, 잠시 뒤 해변에서 비치볼 게임을 하고 있는 그들, 태닝 하다가 뜨거우면 성큼성큼 바다로 들어가 파도를 느끼는 그녀. 그들은 정말이지, 맨몸으로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 덕분에, 서핑 보드 없이 몸으로 서핑을 탈 수도 있다는 점을 새롭게 배웠다. 그들이 즐기는 파도는 색달랐다. 저 멀리서 파도가 오는 걸 확인하고, 물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파도와 정면 돌파하러 들어갔다. 애써, 시선을 돌리며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하였으나 마음 한편에서는 ‘저렇게 재밌나? 안 무섭나?’라는 궁금증이 매우 샘솟고 있었다. 한 번 궁금한 게 생기면 꼭 행동으로 옮겨서 궁금함을 꼭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덕분에 결국은 바다로 들어가기로 다짐했다. ‘나도 맨몸 서핑해보고 싶어.’


몇 분 동안 맨몸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공부한 걸 되새기면서 조금씩, 천천히, 아주 느리게 물속으로 발을 옮겼다. 무이네 바다와 달리 이곳은 발을 넣는 족족 갯벌을 밟는 듯 깊숙이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몸이 물에 잠겨버렸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얼른 발을 빼 파도를 피해 나왔지만, 이미 파도의 맛을 보았기에 더욱 깊은 맛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나에게 맞는 수심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며 파도를 느꼈다. 비록 방금 전까지 그렸던 장면은 나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파도에 몸을 던져보는 모습이었지만, 지금도 좋았다. 파도가 올 때 정면돌파하는 게 아니라, 잠시 서있던 자리에서 앉으면 자연스레 몸이 잠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거칠게 느끼지 않고, 부드럽게 파도를 안전하게 느끼다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샌드배드로 돌아가 누웠다. 새로웠던 하루를 되새기다 보니 어느새 그늘이 지고 추워지길래, 미련 없이 일어나 엉덩이를 툴툴 털고는 쿨하게 호텔로 향했다. 이후로, 늘 바다를 찾게 되었다. 어김없이 하루의 시작도, 끝도 바다.


“오늘은 밥 먹고 바다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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