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눕는 자리가 바로 선베드
선베드에 누워있는 사람들
열심히 물속을 즐기고 있을 때, 한 서양인이 눈에 들어왔다. 선베드에 누워 편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던 그는 어느새 곤히 자고 있었다. 정말이지,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여행 첫날, 오랜만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속을 유영하고 있던 나는 그 감정을 공감해줄 수 없었다. ‘아니, 이 좋은 수영장에 와서 물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선베드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가 잠을 잔다고? 대체 왜?’
수영을 마치고 나서야, 수영복도 좀 말릴 겸 선베드에 잠시 누워보았다. 그대로 잠들었다. 중간에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파라솔 사이로 약간 비치는 햇살과 적절한 높낮이와 폭신함까지 더해진 선베드의 힘이 방광의 힘을 이겨버렸다. 선베드와 한 몸이 되어버렸다. 그제야 아침에 보았던 그 여행자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정말 편하더라.
선베드, 파도 소리, 시원한 바람, 사람이 드냐며 철썩철썩하는 수영장의 물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약간의 흥겨운 노랫소리까지 완벽한 낮이었다. 나도 이제 선베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야말로, 선베드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여태까지 내 마음엔 선베드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지금이라도 여유를 찾았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눕는 자리가 바로 선베드
하루는 냐짱 해변에 가봤다. 저 멀리서도 보이는 대형 야자수 나무들과 그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 빛의 광활한 바다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야자수 나무 아래서 수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선베드에서 태닝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 축구공을 베개 삼고 모래를 침대로 삼아 누워있는 두 청년, 이어폰을 끼고 자유롭게 홀로 태닝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이 쉼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줄줄이 보였다. 모래의 마주보며 빛나는 파도 속에서는 혼자든, 여럿이든 그들만의 방식으로 파도와 놀고 있었다. 난 버스 정거장 하나씩 지나치듯 그들 옆을 놀란 눈을 애써 숨기며, 마음속으로는 감탄하며 한 사람씩 스쳤다. 이날은 아주 잠깐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나름 그날 하루만큼은 좀 차분하게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려 했던 날이었다. 동적인 나를 잠시 잠재우고, 정적인 날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들을 보니 마음이 180도 바뀌어 버렸다. ‘나도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와야겠다. 큰 타올도 챙겨서.’
결국,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오는 길에 야무지게 ‘콩카페’에 들려 ‘아아’를 주문하여 다시 냐짱 비치로 향했다. 여전히 그들은 그 자리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아진 듯했다. 미리 봐두었던 위치로 가서, 보이지 않는 서로의 개인 공간을 지켜주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큰 타올을 꺼내 들어 펼쳐보았다. 그 위에 차곡차곡 짐을 놓다 보니 프라이빗 선베드가 완성되었다. 내 뒤로 늘어져 있는 각종 호텔 전용 선베드들이 부럽지 않은 나만의 샌드 베드가 탄생했다.
그날 배웠다. ‘내가 눕는 자리가 바로 선베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