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가 좋은 이유 중 하나, 야외수영장

나에게 세체니 온천이란,

by 김혜미
부다페스트가 좋은 이유 중 하나, 야외수영장

아직까지도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헝가리, 부다페스트”라고 대답한다. 왜 그렇게 헝가리를 좋아했을까, 무엇 때문에 그 매력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까 고민해 보았다. 결국은 ‘물’이었다. 왜 좋았는지 친구랑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근본적인 이유가 명확히 밝혀졌다. “결국은 물이네, 거기도.” 헝가리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헝가리는 온천이 몇 백 개나 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고, 모든 여행자에게 유명한 세체니 온천은 그중 하나였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asmr로 삼아 여유롭게 플랫화이트 커피와 샐러드를 먹고,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헝가리에 온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낯선 골목들이 익숙해졌고, 지도를 보지 않아도 역도 잘 찾아가고, 트램과 메트로 타기 등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이 척척 해내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처럼. 신기하게도, 이 나라에서만 유독 이러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 나라 여행을 조금 하다 보면 낯설던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당연한 거겠지 싶었지만, 헝가리를 떠나 다음 여행지에서 여행을 할 때는 헝가리에서 느낀 그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무튼, 헝가리와 진한 정을 붙여가고 있었다.


메트로를 타고 세체니를 향해 몇 정거장 이동한 후, 내려서 나와보니 커다란 노란색 건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저 웅장한 건물이 설마 세체니 온천인가?' 맞다, 한국에서 '요시고 사진전'을 통해 접했던 그 온천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가서 티켓을 끊고, 들어갔는데 '세상에..', '미쳤다.. 여기...'

연신 감탄하면서 라커함으로 들어왔는데, 앤틱한 사물함에 또 한 번 놀랐다. 사실, 티켓을 끊을 때는 몰랐는데 전용 라커함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구매를 했었나 보다. 의도치 않게, 안전하게 짐을 잘 보관하고 얼른 옷을 갈아입은 후 걸음을 재촉하며 얼른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온천에 들어섰다. 매섭게 바람까지 불던 정말 추운 한겨울 12월 중순이었지만, 따뜻한 물속에 있으니 또 춥지는 않았다. 다만, 잠시 물 밖에 나오는 순간은 얼어 죽겠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어찌 되었든 물속에서 스프링클러를 통해 나오는 곳에 발바닥을 대고 발찜질을 하며 멍 때리다 보니, 실감이 날 듯 안 났다. '내가 정말 세체니 온천에 와 있구나.' 보통, 각 나라에서 유명한 랜드마크로 꼽힌 곳은 늘 가면 식상하고, 여기서 본 게 저기서 본 거 같고, 저기서 봤던 게 여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세체니 온천은 랜드마크로 꼽힐 만하다고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정도 되어야 정말 그 나라를 잘 드러내는 랜드마크라고 자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세체니 온천은 야외에 크게 2개의 풀이 있었고, 실내로 들어가면 공중목욕탕처럼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당연코 수영인으로서, 야외 50m 수영장에 눈이 돌아갔다. 아직도 세체니 온천을 떠올리면 '나의 첫 50m 풀 수영' 생각이 절대적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날을 위해 수영 장비를 다 챙겨 왔다. 특히, '수영모자'와 '물안경', 참고로 수모를 안 쓰고 들어온 몇 사람들도 있었는데 발 담그자마자 바로 안전요원에 의해 제지를 받는 모습을 꽤 보았다. 그래서인지, 수영장을 즐기는 사람은 나 포함 다섯 손가락에 꼽는 인원으로 그 넓은 수영장을 전세 냈다. 수영장에서 대략 한 시간이 흘렀을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수영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금세 흘렀다. 항상 두 발이 닿는 25m 풀에서 즐기던 동네 수영장에서 벗어나, 난생처음으로 발이 닿지 않는 50m 풀을 즐겨보니 차원이 달랐다. 운동도 두 배가 되고, 중간에 발이 닿지 않으니 쉴 수도 없고, 계속해서 수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배가 되어 힘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도, 수영을 하면서 헝가리에 사는 한 중년 남성분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시간도 잊을 수 없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위를 느낄 때쯤, 'Here we go' 외치면서 아저씨는 배영을, 나는 옆에서 평영을 하며 함께 물살을 거르기를 반복했다. 세체니 온천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 다짐했다. '안 되겠다, 여기 수영장 또 알아봐야겠다.' '세체니 온천', 앞서 말했듯이 헝가리 랜드마크로 꼽힐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50m 풀에서 처음으로 수영한 날', '외국인들과 처음으로 수영한 날'로 기억되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따끈하게 지지며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이 아니라. “Nagyon jó (정말 좋아), 부다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