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수영장 선별 기준 다섯가지
수영장이 중요할까
‘수영하는 데 있어서 수영장이 그리 중요할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겐 동네 수영장 이외에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수영을 배운 수영장에서만 3년을 보내다가, 잠시 동네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잠깐 머물 때, 해외로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의, 지역의, 동네의 수영장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다 보니 서두에 언급한 질문이 머릿속에 불현듯 스쳤다. 동시에 대답도 바로, 망설임 없이 100% ‘중요하다’. 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 어느 수영장에 던져줘도 혼자 물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즘, ‘탄천 종합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본 적이 있다. 당시,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상황은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꽤 큰 충격이었다. 지금껏 다니던 수영장의 대략 3~4배 되는 규모와 관중석, 수많은 레인, 수준별로 수영할 수 있도록 레인을 나누는 노란 팻말, 안전요원 등이 눈에 하나씩 들어왔다. 가격은 동네 수영장보다 훨씬 저렴함에도, 넓고 쾌적한 수영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던 기억이 난다. 수영을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관중석 의자들에 괜스레 수영 선수가 되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매력도 덤이다. 이때가 처음이었다. ‘수영장이 중요하구나.’ 그 후, 몇 개월이 지나 지금은 2022 FINA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가 열렸던 ‘Duna Arena’으로 주 5회 수영 출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 다시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영장이 중요할까’에 대한 질문이 스쳤고, 수영하는 데 있어서, 수영을 배울 때, 어떤 수영장을 다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맺게 되었다.
다니던 동네 수영장과 지금까지의 여러 수영장 경험을 비교해 보았을 때, 쾌적한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수영장 선별 기준을 몇 가지 추려보았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이다. 한국은 자유수영을 할 때, 보통 회원 가격과 비회원 가격으로 나뉘고, 회원은 또 따로 수영 레슨을 등록해 둔 상태여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니던 동네 수영장에서는 개인 레슨의 경우, 자유수영 가격도 똑같이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길게 보면 회원 가격이 물론 이득이지만, 따지고 보면 비회원의 자유수영 가격과 회원의 정규 수업 레슨 및 자유수영 가격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물론 현재 거주하는 동네의 수영장이 넉넉하지 않다면 그곳을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좀 더 있다면 시설은 비슷한데 가격은 더 저렴하거나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수영장을 이용하면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학생 할인이 있다면 더욱 좋고 말이다. 비교 대상으로, 부다페스트의 ‘듀나 아레나’ 수영장의 가격을 이야기해보면 어른 ‘1000Ft (약, 3700원)’, 연금수령자 및 학생 ‘650Ft (약, 2400원)’으로 제한 시간 없이 자유수영 시간대 내에서 수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회원과 비회원 가격이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매번 들어갈 때마다 해당하는 가격으로 결제하고, 키 받고 들어가면 된다. 이어 이야기하겠지만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기에 이 가격은 정말 단 한 번도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 정도만 내고 이 시설을 즐겨도 된다고?’ 싶다. 그래서 최대한 매번 들어갈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한껏 담은 표정과 “Köszömöm(고마워요)”를 말씀드리고 있다.
두 번째로, ‘공용공간 상태’이다. 아무래도 수영과 사우나 등의 시설은 사람들과 다 함께 사용해야만 하는 샤워실, 사물함 등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뒷사람들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해 주어야 하는 문화가 있어야 그 수영장은 평화롭다. 다니던 수영장에서는 공용공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눈살을 찌푸리게 된 시기가 있었다. 샤워실 타일 공사를 하고 나서부터 부실 공사로 인해 타일이 깨지는 등 샤워실 이용에 불편함을 반복적으로 겪었던 적이 있다. 넓지 않았던 샤워실의 절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회원들은 불만이 들끓었던 기억이 난다. 자연스레 샤워하러 수영장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은 생기기 어려워진다. 샤워 때문에 수영장이 가고 싶어 진다는 말을 섣불리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공용 시설이 개인 집 샤워실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환기도 잘 되어 쾌적하다면 일어나자마자 수영장에 가고 싶어 진다. 특히, 약속이 있는 날에는 ‘이참에 수영장에 가서 샤워도 하고 수영해야지.’라는 마음도 든다. 또다시 비교대상으로 등장한 ‘듀나 아레나’는 역시 샤워 시설도 깔끔하다. 더군다나 사람이 붐비지 않으며 양 옆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편안하게 샤워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쉬는 주말이라도 약속이 있으면 어차피 준비해야 하는 거니까 ‘수영장 가서 수영하고 씻자.’는 마음으로 수영장에 갈 때도 있다. 수영장을 고를 때, 샤워실 및 공용공간 상태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수영장에 가는 빈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수영장 내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 모든 것이라면, 수영장 규모는 물론이며 레인이 몇 개인지, 풀 수심, 수질은 어떤지 등이 포함된다. 어떻게 보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들은 세 번째 조건의 서브 역할을 하고, 바로 지금 살펴볼 것이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수영장이 넓고 천장이 높으면 수영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의 공기와 감정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 레인이 4개인지 9개인지, 18개인지에 따라 각 마음의 여유 또한 차원이 다르다. 계속 비교하게 돼서 참 미안한 동네 수영장은 자유수영 시간에 몇 강사님들의 개별 레슨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주로 4개의 레인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었고 각 레인의 폭도 줄어들어 매우 꽉 찬 수영장, 레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수영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 가끔은 불쾌한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동네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거 아닐까’하며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꽤 몇 년 동안 꾸역꾸역 사람 많은 자유수영에서 살아남기 챌린지를 몇 번이고 성공했고,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했다. 그러다 부다페스트로 넘어와 다양한 수영장을 찾아가다 보니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비좁은 수영장 시설에 대해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물론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많다는 환경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우선 수영장 내부가 대게 다 넓다. 또, ‘오늘은 어느 레인에 껴서 수영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 없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레인의 개수가 많아서 몇 코치들의 개별 강습이 있음에도, 레인이 넉넉하다. 또, 이곳에서는 이 나라 사람들의 성격인지, 문화인지 한 레인에 끼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주저하고 있으면 ‘곧 수영 끝날 거라서 여기서 해도 돼’라고 이야기해 주거나 먼저 나와 저기서 하라고 제스처를 취해주기도 한다. 가끔은 먼저 한 레인에서 수영하고 있을 때, ‘여기서 같이 수영해도 돼?’라고 정중하게 물어보고 레인 합석을 하는 몇 사람들도 만났다. 이들 덕분에 나도 누군가의 레인에 들어갈 때 정중하게 물어보고 들어가는 에티켓을 갖게 되었다. 한국에서 수영할 때 ‘이 레인에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이기적인 마음을 품었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며 한없이 그들 앞에서 작아졌다. 이외에도 풀 수심이 어떻게 되는지, 다양한 수심이 있는지도 중요한 거 같다. 최대 수심이 1.3m인 곳에서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하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이점이 참 아쉬운 점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발이 안 닿는 곳에서 한 번도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늘 겁이 났었는데 헝가리에 와서 자연스레 옆 사람들 떠다니는 걸 보고 따라 해서 독학으로 배우기도 했다. 심지어, 옆에 있는 초등학생을 보며 따라 했다. 또, 수질도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진짜 깨끗한 수영장을 찾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니까 쾌적한 수질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관리가 되는 곳인지 꾸준히 청소를 하는 곳인지는 물이 뿌연 정도와 물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이 있는 것, 레인 밖으로 튄 물은 청소를 하고 있는지는 수영장마다 다르다.
네 번째로, ‘안전요원 및 기타 시설 등’이다. 지금까지 경험상, 올림픽 수영장처럼 큰 규모의 수영장에는 안전요원이 몇 명 비치되어 있었고, 동네 수영장의 경우 강습하시는 강사 분들께서 수업 겸 안전 확인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안전요원은 수영장 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므로 별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기타 시설을 붙인 이유는 수영장에 가고 싶어 지게끔 만드는 몇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영장 내 찜질방이나 자쿠지,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 또는 수영장에서 나오면 바로 카페로 연결이 된다거나 , 수영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설 등 말이다. 이러한 시설은 사소해 보여도 하나 수영장 곁에 붙어있다면 수영인들에게 생각보다 큰 수영의 질이 달라지게 해주는 요인들이 되어준다. 특히, 듀나 아레나에는 샤워를 하고 로비로 나오면 간이 카페가 있다. 심지어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몇 테이블과 의자도 놓여 있다.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 지금 당장 뭘 먹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날이 있다. 그때 바로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에너지바와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꽤 많이 중요하다, ‘수영장 외 기타 시설’.
마지막으로, ‘집에서의 거리 및 교통’이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조건과 버금가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수영장이 집에서 가까워야 수영장으로 향하는 마음가짐의 무게가 달라진다. 원래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걸어서 30분 내에 수영장이 있으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나가는 걸 귀찮아하고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몇 친구들을 보면서 ‘아, 수영장과의 거리가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사실, 수영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 게다가 좋은 수영장을 찾은 이후에는 아무리 멀어도, 그보다 가까운 수영장이 있어도, 먼 곳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처음 수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수영장과 집의 거리는 중요한 건 사실인 거 같다. 많은 수영인들이 생길 수 있도록, 쾌적한 수영장에서 다 같이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도 동네마다 수영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