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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Sep 22. 2023

뜨거운 햇살이 뜨기 전에

바다로 들어가는 이유

뜨거운 햇살이 뜨기 전에

자연과 가까운 삶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많은 이점들 중 하나, ‘사람이 참 부지런해진다는 것.’ 생체시계가 서서히 자연의 흐름에 발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한때 등산에 꽂혔을 시기에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 운해를 두 눈으로 담아보고 싶어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북한산으로 택시 타고 달려가 해가 뜨기 전 입산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던 때가 있었다. 내일을 잘 보내기 위해 해가 질 때는 나 역시도 얼른 집으로 들어가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고 상쾌한 다음날을 준비했다. 자연에서 즐기는 수영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섬에서 수영하며 근사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Arrábida island’로 향했던 날도, 리스본이 아닌 다른 지역의 숨겨진 보물 같은 ‘Sessimbra’ 바다로 떠나 해가 하늘의 정점을 찍을 때까지 수영했던 그날도, 아침 7시 30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칠게 파도치던 ‘Oerias’ 바다로 들어가 하루를 열던 날들까지, 모든 날이 나의 두 눈과 뜨거운 햇살이 하늘에 눈을 뜨기 전이었다. 해가 뜨기 전,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질 거 같지만 그런 경우를 눈에 담은 건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구름이나 안개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흐린 하늘을 보는 경우가 더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해가 쨍하게 빛나기 전에 수영하러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이유는, 바다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해가 비춰주는 햇살을 온몸으로 제일 먼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환상적인 야자수가 펼쳐져있거나 멋진 절벽이 보이거나 예쁜 해변가를 바라볼 수 있는 포르투갈의 바다에서 말이다. 온몸으로 햇빛샤워를 하고 해변가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면 흐렸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뭉개 뭉개 구름이 펼쳐진 귀여운 하늘, 하루종일 쨍한 햇빛이 비칠 거라고 예고해주는 맑은 하늘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자연의 시간에 맞춰서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공유하며 하루를 열어보면 어떨 거 같은가. 정말이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매하루를 에너지 가득하게 열 수 있는 힘이 온몸에 축적된다. 에너지가 가득해 든든해진 몸과 마음의 내가 다른 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타인에게도 그 좋은 감정을 은은히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 나를 처음 만난 그들은 나를 더 알아가고 싶어 하고, 에너지의 근원을 궁금해하고, 좋은 인상으로 기억에 담아준다. 감사하게도.


이것이 뜨거운 햇살이 뜨기 전, 자연과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이유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자연과 가까운 삶 속에서 해의 시간과 발맞춰 하루를 활짝 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침 7시 30분에 모여 함께 바다에서 하루를 활짝 열었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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