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도전 (Curious & Challenge)
'물', 삶의 방향키
선선했던 여름의 계절에 몬테네그로 해안 도시 '부드바'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부드바를 떠나는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터미널에서 만난 한 사람이 떠오른다. 비성수기와 여행자들의 발길이 적은 발칸반도를 길게 여행하던 중, 오랜만에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났다. 다음 국경을 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버스에 앉아 있어야 할 찰나에, 처음 만난 그와 같은 버스, 옆 좌석에 앉아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하고, 듣는 과정에서 다소 놀라웠던 사실이 있었다. 그는 방금 떠난 부드바에서의 나날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심심한 나머지 할 게 없어 전날 밤엔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그와 달리, 나에게 부드바는 예상치 못한 놀이터였다. 물과 수영을 사랑하는 바다 여행자로서,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는 깨끗하고 고요한 해변이 곳곳에 있고, 물가까지 저렴해 부담 없던 도시는 사랑스러웠다. 그동안 마주친 현지인들의 맑음은 좋은 기억을 완성하는데 완벽했고말고. 순식간에 부드바에 정이 들어버린 탓에 머물던 숙소를 연장하여,다음 국가 이동을 미루기까지 했다. 끝까지 미루다 결국 떠나야 하던 날, 적적히 도착했던 터미널에서 그와 나눈 대화는 뜻밖일 수밖에. 덕분에, 물을 사랑하는 본인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점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필자는 호기심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 많다. 가끔은 하고 싶은 것과 욕심이 많은 탓에 방방 뛰는 산만함도 안고 있을지라도. 이것저것 하나씩 호기심을 따라가 보면, 결국엔 나의 결과 맞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물을 쫓아다니며 즐기는 바다 여행자가 된 필자 역시, 어렸을 적부터 지금처럼 삶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물을 사랑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여기저기서 '전 세계의 아름다움 70%가 바닷속에 있어.'라는 말을 듣게 되어 시작한 수영은 삶의 주제를 '물'로 바꿔주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수영은 현재 필자의 일상이 되었다. 좋아하는 수영을 발견한 후로부터, 삶의 방향키는 '물'이다. 지금도, 물과의 인연을 쭉 이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자유로운 해변이나 쾌적한 수영장이 있는 곳이 목적지가 되었다. 무엇을 해야할 지도 고민할 필요 없이, 물이 허락해 주는 수영, 스쿠버 다이빙, 프리 다이빙, 서핑, 바다 수영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호기심의 도움을 받아 결이 맞는 무언가를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호기심이 낳은 도전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좋아하는 물을 더 잘 즐기고 싶은 욕구와 수영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욕심은 하나씩 물의 세계에 도전하게끔 이끌어 준다. 호기심과 도전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삶이 마음에 든다. 때로는, 지나친 욕심으로 현실과 체력을 간과하는 경우도 맞닥뜨리지만. 물이라는 방향키를 쥔 것처럼 하나의 방향키를 정하고, 조절하게 되는 순간 얻어지는 삶의 찬란함은 무엇 하나에 비교할 수 없으니 괜찮다.
부드바에서 만난 그도 열린 마음으로, 바다가 주는 고요함과 여유로움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면, 심심하고 재미없던 여행기가 찬란하게 바뀌지 않았을까. 지쳐 보였던 그를 앞에 두고 감히 이를 말할 수 없었지만, 당시 나의 마음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방향 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던 방향키를 가진 그의 여행이 안타까웠다. 훗날 여행길에선, 그가 좋아하는 걸 따라 본인의 손에 방향키를 쥐고 직접 조절하는 여행이 되고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