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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11. 2024

'휴가 중'을 알려주는 나라

영원히, 물 (Forever & Water)

'휴가 중'을 알려주는 나라
앞으로 포르투갈행 티켓과 나의 수트, 수영용품이 준비된다면 그건 나의 휴가가 시작되었다고 봐야겠다. 오늘부로 나의 휴양지는 포르투갈이다.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 epicode 7]

현재 위치를 알리는 것만으로 나의 현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한 곳이 있다, 필자에겐. 만약,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포르투갈에 머무는 중이라면, '완벽한 휴가'를 보내는 중이니 부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다. 눈치가 빠른 주변 사람들은 '아, 혜미가 한동안 많이 지쳐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테다. 즉, 상태 메시지에 '저는 지금 휴가 중이니, 연락이 한동안 어렵습니다.'라고 굳이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포르투갈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약 1년이 흘러, 발목을 붙잡고 있는 땅에서 도망치듯 기내용 캐리어 1개와 배낭만을 꾸려 포르투갈행 비행기에 몸을 던졌다. 장차 하루가 소요되는 고단한 비행길이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몸도 마음도 말라비틀어진 내가 물을 받고 재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남은 희망을 놓지 않고, 좇아야 했다. 그렇게 출국날까지 떠날 수 있는 체력만으로 연명하다 훌훌 떠난 2024년의 여름이야기를 꺼내며 작은 차례 '영원히, 물'의 첫 장을 펼쳐본다. 


'풍덩'이라는 책에서 우지현 작가는 '힘들고 고단한 이들에게 해변은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었고,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제공했다. ••• 예나 지금이나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서 지친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주듯 표현하였다. 


다시 만난 포르투갈은 변함없었다. 작년에 머물렀던 리스본 근교의 'Oerias(오에리아스)' 마을과 그 주변으로 생활반경을 만들었던 곳곳의 길거리, 장을 보던 마트, 기차역, 'Cascais(카스카이스)'해변까지 같은 자리에서 날 맞이하였다. 오히려 지난번엔 못 보고 지나친 도시의 구석구석과 여름의 향기를 제대로 풍기는 남부까지 여행했던 덕분에, 포르투갈에 대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 하나뿐이었다. 생생하고 빛이 반짝거리던 눈동자를 지닌 여행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부쩍 말라 건조해진 눈망울과 누가 봐도 사회에 찌든 한국 현대인이 되어 나타났다. 푸근하게 안아주던 포르투갈의 광활한 해변들은 나를 모래 위, 물속에서 한없이 늘어뜨리며 방전된 에너지를 시나브로 충전해주고 있었다. 완충의 신호를 얻었을 땐, 이 나라를 떠날 즘이었고 바다에서 미련 없이 마지막 물기를 털어내고 씩씩하게 해변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다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로 돌아가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완충된 에너지와 함께.


지난번에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바다가 내게 밀려와 낯선 바다내음을 풍겨줬다면, 이번에는 익숙해진 향과 온전히 좋아하는 것만 쫓아다녔던 기억을 희미해지기 전에 잡기 위해 바다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에너지가 방전된 때일수록 휴양지는 이곳이 될 것만 같다. 하늘로부터 내리쬐는 태양에 몸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뜨거움과 이른 아침, 태양이 서서히 잠들러 가는 초저녁부터 느껴지는 선선한 바닷바람과 잔잔해지는 해변의 소리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며 시원해지는 곳, '포르투갈의 바다'로 말이다. 


2024. 07. In Matosinh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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