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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Mar 05. 2022

아이에게 과외받는 엄마

첫째가 어렸을 때, 결심한 게 하나 있었다. 아이가 배우는 걸 나도 배우자. 내가 잘하는 분야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싶었다. 더불어 아이와 같은 취미 생활을 갖고 싶기도 했다.


첫째가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도 그 책을 따라 읽었다. 첫째가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도 바둑 규칙을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나는 게을렀다. 자꾸 미뤘다. 아이가 배우는 속도가 더뎠기에 마음이 놓였다.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했다. '다음 주부터 하면 돼, 다음 달부터 하면 돼.'


그러나 시간의 힘은 위대했다. 언젠가부터 첫째가 나에게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둑으로는 남편을, 학교의 형아들을 이겼다. 체스도, 장기도 둘 줄 알게 됐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엄마는 그거 못해'라는 말을 반복하게 됐다.


요즘 첫째는 엔트리에 빠져 있다. 엔트리는 코딩 교육 플랫폼이다. 아이들이 직접 간단한 코드를 짜고 작품(게임, 생활도구)을 만든다. 나는 내 데이터 분석 코드만 들여다봤지, 아이가 만드는 작품엔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자신이 만든 게임을 설명하는데 계속 그게 뭐냐고 되묻다가 짜증을 냈다. 


"엄마는(나는) 하나도 모르겠다니까!" 


순간, 아차 싶었다. 아이와 대화할 거리를 줄어들 게 만드는 건 나였다. 그래서 첫째에게 부탁했다. '엄마 엔트리 좀 가르쳐 줘.'



지난 주말, 아이 옆에 앉아서 엔트리 블록 코딩을 배웠다. 아이는 신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다. 설명 80%에 실습이 20%인 수준? 나는 꼬마 선생님의 첫 번째 제자이자 성실한 아바타가 되어 참여했다. 첫날 수업은 할 만했다. 다만 중간에 엔트리봇을 움직이면 뭐가 좋으냐, 저 베타 기능 메뉴는 안 알려주냐고 물었다가 일단 알려주는 것부터 잘 따라 하라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아이에게는 블록 코딩을 배웠는데, 나중에 보니 엔트리 파이썬 메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엔트리 파이썬 메뉴가 친숙해 보였다. 그나저나 요즘 애들은 이런 걸 하는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코딩, 파이썬을 접하고 배우는 시대라니.




엔트리를 어느 정도 정복하면, 아이에게 바둑도, 체스도, 장기도 좀 배워야겠다. 남편이 귀띔하기론 아이가 체스랑 장기는 아직 허접이라 바짝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란다. 후후, 남편도 방심하고 있군. 저러다 따라 잡힐 텐데. 일단 나의 목표는 집에서 2등이다. 최소한 남편은 재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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