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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빅토리아 알버트, O2아레나

by 흰나비 Jan 23. 2025

둘째가 몇 달 전부터 가달라고 가달라고 조르고 조르던 오락실을 가주었다.

첫째가 좋아하는 축구는 여러 번 함께 보러 갔는데 둘째가 좋아하는 활동은 많이 못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려서 늘 따라다니다 보니 활동을 첫째 위주로 했는데 둘째도 어느덧 취향이 생겼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그 취향이 오락실이나, 나이에 맞지 않는 마인크래프트인지 엄마로서는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덩달아 게임을 하게 된 첫째.


외출을 한 김에 예전부터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GREGGS의 소세지롤 도전.

영국 사람들이 출출할 때 많이 먹는 간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도전해 봤는데,

첫째는 5점 만점에 2.5점 / 둘째는 5점을 주었다. 저는 3점 드리겠습니다. 내 취향은 아닌걸로.

#2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생각보다 런던을 많이 못 돌아다녀서 올해는 많이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지인도 만날 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보석룸도 좋았지만, 카페가 정말 예쁘다.


우연히 주재원으로 나오신 분을 알게 되어서 가끔씩 만나는데,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며 갖고 있는 고민이 비슷하다.

한국에서 보면 아이가 영어를 배울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말하지만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일단 결국 한국에 돌아가야하고 이곳에 있는 동안 한국 교육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돌아가서 얼마큼 적응해서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주재원으로 해외에 다녀온 아이들을 보면, 리스닝과 스피킹은 잘하는 편이지만

리딩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에서 착실히 원서를 읽으며 쌓아간 아이들보다 크게 나은지 모르겠는 아이들도 보았다.

이것은 마치 한국인이 한국어를 잘 하지만 문해력이 천차만별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닐 리스크가 있다.

특히 첫째의 경우 언어보다는 수학에 훨씬 강점이 있는 아이인데 지금 여기에서는 한국에 있었으면 하고 있었을 양의 반의 반도 안 하고 있다.

반의 반이 뭔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거나 방과 후를 다녀오고 놀고 저녁을 먹고 축구를 보고 나면 시간이 어영부영 지나가 잘 시간이 훌쩍 넘을 때도 많다.

(축구 경기는 뭐가 이렇게 많단 말인가)


하지만 두 번째로는 과연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이다.

과연 어린 나이부터 입시에 시달리게 해서 대학교를 보내야 하는가. 그것이 그렇게 의미가 있는가. 앞으로의 시대에도 과연 그럴까.

하지만 나는 착실하게 공부를 하고 대학을 나와서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고,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이 안정감이 감사하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있다면 확률적 우리집 아이들은 예체능이나 사업쪽보다는 공부를 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인생이 원래 쉬운가.

어줍잖게 아이의 행복을 논하며 앉아서 공부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현지에서 아예 정착한 한국인들은 중학교 입학을 위한 11+시험을 위해 엄청나게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뉴몰든에 학원에 있다고 한다 (없을리가 없지..)

 우리는 만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던지지만 뾰족하게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답이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부모는 늘 결정을 해야하고, 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내 아이니까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3

사진으로는 찍지 못했지만, 영국인 친구 v의 집에 초대되어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엄마들은 와인과 담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산 후 예전의 주량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나는 한잔만으로도 취기가 도는 반면,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쩌면 다 술을 잘 마시는지 :)

특히 영국에서 1월은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ㅎ

동의합니다!


#4

오늘은 좀 더 굉장한 행사가 있었다.

첫째네 학교에서 Young Voice라는 합창 공연을 참가하기로 했는데 첫째도 합창단원으로 뽑혀서 공연을 한 것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간 오2 아레나.

퇴근한 신랑을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는데 우리는 첫째가 아주 싫어하지만 둘째는 엄청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라자냐와 피자를 먹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 수많은 학교 아이들 수천 명이 모여서 노래를 하고, 중간중간 가수와 댄서들이 무대를 선보였다.

개미만 한 아이들 무리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미리 정보를 들은 엄마들은 부지런히 망원경을 챙겨 왔고,  

정보가 없는 우리는 핸드폰으로 확대를 하며 첫째가 어디 있는지 애타게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신랑의 최신 아이폰으로 확대를 하니 아이들의 얼굴이 식별 가능할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뒷자리에서 누군가 그러는 것이었다.


"와~ 이거 무슨 핸드폰이니? 내 건 아이폰 11인데 이렇게 선명하게 안 보여! 어메이징 하다! 너네 다 보고 나도 한 번만 내 아이를 찾아보면 안 될까?"


이 엑센트와 이 행동! 묻지 않아도 그냥 미국인이었다.

너무 미국인이어서 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다 다른 개성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성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일본인 친구와 영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3년을 살고, 남편이 영국인인 일본인 친구에게도 영국인은 참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인도 마음을 알기 무척 어려운 나라 사람들이라는 것을 들은 나는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은 일본은 지역차이가 있다고 한다. 남부지역 출신인 그 친구는 도쿄와 교토 사람들이 어렵다고 한다.

한국에서 도쿄에서 온 친구를 사귄적이 있는데,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행동들이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남부 지역 출신이어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D )  

반면 미국인은 금방 친해지고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영국인은 마음을 여는데 몇 년이 걸리지만 일단 받아들여지면 오래간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우리의 국민성은 무엇일까. 나라는 사람은 한국인의 국민성에 얼마나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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