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를 그리는 고요하고 단순한 삶 >
나는 지금 내 인생 어느 시기보다 고요하고 단순하게 살고 있다. 머릿속이 단순해지자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이 나의 주요 일정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그리다 만 그림에 빨리 색칠하고 싶다는 설렘만이 나를 반겨준다.
마음을 조여 오는 온갖 걱정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단순함이다.
머릿속이 단순해지자 저 깊은 곳에 숨어있던 진짜 꿈이 반짝이는 게 보였고 그것을 캐내어 자라나게 할 힘이 생겼다. 매일 책 읽고 글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마음이 고요하고 단순해지자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은 고요하고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그전에는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몰랐고 마음이 불편하면 피해 다니며 감각적인 즐거움 속에서 잊으려 했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다가 위기감을 느끼고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대면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참으로 길고 힘든 과정이었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였기에 그 문제를 대면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였기에 모녀 관계, 수치심과 죄책감에 대한 책 등 많은 심리학책과 영적도서를 읽었다. 나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은 많았지만 실제 행동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진짜 편안한 마음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고 아직도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그 마음의 크기를 가늠해 보고 더 커진 날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다독이길 계속한다.
엄마와의 문제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들 중 인간관계에서 겪는 비슷한 패턴을 깨달았다. 애착문제와 역학관계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되풀이되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단숨에 달려가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마음을 잠시 멈추고 책의 좋은 말들로 스스로 치유해 나가기를 계속하고 있다.
잘못 규정된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재정립해 나가고 혼자서도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태어나서 수 십 년간 부모님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주입된 생각들을 취사선택하고 재정립하는 일은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부모님과 학교 그 밖의 사회에서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주입되어 그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고 싶은 존재가 아닌 진짜 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검증되지 않은 관념들이 나로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었고 꿈을 꺾은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짚어보고 생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나로 거듭나고 있다. 그 과정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나를 고요하고 단순한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진짜 나를 알게 되면서 가슴속에 평생 묻혀있던 꿈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일을 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사는 느낌이 든다. 삶의 의미를 엉뚱한 곳에서 찾으며 헛발질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늘 공허했고 힘들었다는 것이 저절로 깨달아졌다.
나를 알아나가고 마음 정리 해 나간 과정을 써 보았고 브런치 북으로 발행해 보았다. 나를 알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과정이 남들보다 늦었고 오래 걸렸지만 이제라도 그 길을 찾게 돼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