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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Dec 04. 2022

열 번 중에 한 번(feat. 엉터리 통닭)

한 마리, 소주, 병맥주

열 번 중에 한 번

높아지기만 하던 기대감은 단 한 번의 미끄럼으로

번지점프하듯 속절없이 떨어질 수 있고


추락하기만 하던 기대감은 단 한 차례의 따뜻함으로

하강에 속도를 늦추다 이내 추진로켓이 달린 듯

위로 오르며 기대 밖을 넘어선다.


단 한 번으로 그간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나 의구심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면 오판에 대한 민망함에 상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 커지며 울림의 폭 역시 더욱 커진다.


‘네 덕이야 고생했어’라는 평범한 말 한마디마저 제한된 명령어에만 답하는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 같던 누군가의 입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지면 그 이전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잊혀진다. (우습게도 모질었던 정도에 따라 효과는 더욱 크다)


어쩌면 인간이란 종족에게 츤데레는 가장 효율적인 조련법이 아닐까 왜인지는 영 알 수 없지만

1) 따뜻함이 전해지는 순간 상대의 어설픈 모습 때문일지

: 대개 쑥스러움에 가능한 한 간결한 길이의 말과 표현으로 전달된다. 혹은 말없이 행동만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2) 고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 ' 예상은 틀렸어'라고 소리치며 기존의 판단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광경을 보며 속으로 희열을 느낄지도 모른다.  난방이 틀어진 집처럼 안정적 따뜻함  자체보다는 하염없이 벌벌 떠는 추위  예상치 못하게 건네진   마냥



주문보다는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티비 소리(1)에 더욱 집중하시는 사장님(2)과 시크하신 말투(3)  때문인지 메뉴판에 적힌 ‘주류 주문 필수’(4), ‘야채랑 양념은 추가 비용’(5) 은 고딕체(6) 마저 어쩐지 단호해 보인다. 주문 후 나온 치킨은 테이블 위로 놓이기보단 던져진다.(7) 울퉁불퉁한 치킨의 튀김옷(8)은 어째 사장님 표정(9)을 닮아 있다.


기대감 없이 베어 문 치킨(“1”)은 따뜻했다. 단 한 입이면 알 수 있었다.


*'한번'을 닮은 Charles bradly의 why is it so Hard 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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