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소주, 병맥주
열 번 중에 한 번
높아지기만 하던 기대감은 단 한 번의 미끄럼으로
번지점프하듯 속절없이 떨어질 수 있고
추락하기만 하던 기대감은 단 한 차례의 따뜻함으로
하강에 속도를 늦추다 이내 추진로켓이 달린 듯
위로 오르며 기대 밖을 넘어선다.
단 한 번으로 그간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나 의구심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면 오판에 대한 민망함에 상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 커지며 울림의 폭 역시 더욱 커진다.
‘네 덕이야 고생했어’라는 평범한 말 한마디마저 제한된 명령어에만 답하는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 같던 누군가의 입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지면 그 이전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잊혀진다. (우습게도 모질었던 정도에 따라 효과는 더욱 크다)
어쩌면 인간이란 종족에게 츤데레는 가장 효율적인 조련법이 아닐까 왜인지는 영 알 수 없지만
1) 따뜻함이 전해지는 순간 상대의 어설픈 모습 때문일지
: 대개 쑥스러움에 가능한 한 간결한 길이의 말과 표현으로 전달된다. 혹은 말없이 행동만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2) 고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 '네 예상은 틀렸어'라고 소리치며 기존의 판단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희열을 느낄지도 모른다. 늘 난방이 틀어진 집처럼 안정적 따뜻함 그 자체보다는 하염없이 벌벌 떠는 추위 속 예상치 못하게 건네진 핫 팩 마냥
주문보다는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티비 소리(1)에 더욱 집중하시는 사장님(2)과 시크하신 말투(3) 때문인지 메뉴판에 적힌 ‘주류 주문 필수’(4), ‘야채랑 양념은 추가 비용’(5) 은 고딕체(6) 마저 어쩐지 단호해 보인다. 주문 후 나온 치킨은 테이블 위로 놓이기보단 던져진다.(7) 울퉁불퉁한 치킨의 튀김옷(8)은 어째 사장님 표정(9)을 닮아 있다.
기대감 없이 베어 문 치킨(“1”)은 따뜻했다. 단 한 입이면 알 수 있었다.
*'한번'을 닮은 Charles bradly의 why is it so Hard 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