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트러플 피자, 빠께리, 살루미보드
늘 사격을 할 때면 더딘 편이었다.
'잘될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이 장마철 구름 마냥 늘 머리 위로 드리운다.
제한된 기회 탓에 천천히 한발 한발 호흡을 가다 듬으며, 격발 하는 순간 까지도 검지 끝엔 머뭇거림이 서려있다.
동시에 다른 사로에서 들려오는 드럼을 치듯 호쾌한 리듬에 맞춘 소리를 듣고 있자면
고개를 드는 조급함을 달래려 더욱 많은 호흡이 필요해진다.
결과와 관계없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더딘 속도와 비교되는 망설임 없는 그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매 주말 점심쯤 ‘준비하시고 쏘세요' 외침 이후
미소와 함께 아무 고민 없이 다트를 격발 하던 주택 복권 추첨의 안내원을 떠올리게 하는
'내 일이지만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태도’
‘마스터 오브 논’의 데브와 ‘먼 북소리’의 하루키 탓에
목표로 삼게 된 피렌체를 가늠좌와 가늠쇠로 일치시킨 순간에도
늘 그랬듯 검지는 쉽사리 티겟팅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긴 호흡 중 입에서 맞이한 빠넬로의 트러플 피자와 빠께리, 살루미 보드에 와인은
느긋한 이태리의 햇살만큼이나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을 늘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귀에 대곤 ‘고민하지 말고 쏘세요'라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Buena vista social club의 Quizas, Quizas란 곡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