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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Sep 25. 2022

잠들기 전에 보이는 것

어떤 새일지 몰라도 감을 야무지게 먹었다.

이맘때쯤 다녀온 제주.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에서 사 온 엽서를 침실에 걸어 두었다. 태풍 영향으로 거친 빗소리가 들리는데 방에서만큼은 따뜻하다.


사진 속 제주는 보랏빛 라벤더가 잔뜩 폈다. 자연의 생기와 웅장함이 사진으로도 전해진다. 며칠째 재난 안전 알림을 받은 지금 자연이 웅장하다 못해 무섭다.


물이나 불이나 생활에 쓰이는 것이고, 항상 주변에 있는 건데 그마저도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정도만큼만 사용하는 거니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 앞에선 버티는 게 전부다. 다음 날 평소와 같이 출근 준비를 할 때면 뉴스를 통해 안타까운 사고를 전해 듣는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던 날의 퇴근길, 철로가 물에 잠겨 지하철이 멈췄다. 40분이 2시간 같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니 별일 없겠지 싶다가도 겁이 났다. 물 앞에서 나는 무사했다. 내가 사고를 피했던 걸까. 사고가 날 피했겠지 싶은 밤. 무척 씁쓸한 밤.


하늘 아래 모든 생명이 모두 무사했으면 하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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