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곱창 Feb 10. 2021

풋풋한 20대의 연애에 돈이 필요해?

돈으로 감각을 사다

남들의 20대 때의 연애는 풋풋하고 귀여울지 몰라도 나의 20대는 궁핍하고 구질구질했다. 대학교에서 학식 데이트를 하고 싸구려 저렴한 작은 선물이 지금은 귀여울지라도 원하는 선물 하나 시원하게 사지 못하는 내 모습에 찌질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능력 부족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내 능력과 매력 때문에 돈이 더욱 절실히 필요했다. 시간도 체력도 의욕도 남아돌았지만 결국 게으르고 비관적이기만 했으니 돈이 없었고 모든 것에 제약이 많았다. 게다가 남들보다 졸업이 늦고 사회생활도 늦었는데 나이는 눈치 없이 정직하게 먹어가니 눈은 높아져서 경제력이 욕심을 따라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친한 형들의 경조사나 어버이날, 생신 때가 특히 고역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의 우울함은 돈 때문이 아니라 돈 핑계를 댔던 내 무능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철없던 시절에 돈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월급이란 걸 받았지만 환희나 행복의 순간은 딱히 없었다. 대신 조금씩 여유 있는 삶이 되어가고 있었다. 돈으로 윤택함을 구매하고 돈의 역할이 점점 더 커졌다. 예를 들면 폭염과 한파에 예민한 내 체력 때문에 쉽게 지치고 짜증이 쌓여 결국 하루를 힘들게 마무리하곤 했다. 돈을 조금씩 벌면서 그런 불편함은 돈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탈 수 있음에도 택시를 탄다고 해서 그게 과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으로 내 체력과 시간을 산다. 그리고 불편함이 짜증이라는 감정으로 변하지 않아 남들과의 불화도 없앨 수 있다.

지금의 와이프랑 연애 할 때도 그랬다. 돈으로 다 해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돈만큼 마음을 잘 표현하기에 적당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표현이 직관적으로 당신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오해 없이 빠르게 생성된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내 앞에선 울지도 않았던 엄마는 친구들이랑 여행 잘 다녀오시라고 드린 용돈에 무너졌다. 엄마가 돈에 약한 경향이 없지 앉아 있지만 내가 드린 ‘20만 원’의 가치는 누구도 오해하지 않았고 그게 돈의 힘이었구나 싶었다.


돈은 많은 것을 망각하게 만들고 더위, 추위, 냄새, 촉감, 맛, 풍경 등 우리의 원초적 감각을 쾌적하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돈으로 쾌적함을 사고 감각은 윤택해진다.

20대의 풋풋함이 그리운 만큼 여유 있는 30대를 지키고 싶다.

이전 03화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