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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Mar 03. 2021

두리안.. 먹어보셨어요?

많은 경험이 어려운 이유

세상에 경험을 적게 하고 아끼라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구나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하는 이유 중엔 게으름도 있지만 두려움이 가장 크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몇 번 봤는지 기억도 안 나고, 인간관계는 아주 좁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위해 고민하다 매번 주문하는 건 결국 교촌 반반 윙이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좋아서도 있지만, 실패의 두려움이 익숙함을 강요한다.


겁 없이 새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주변에 친한 동생의 미얀마 여행을 7년 전에 따라갔었다. 여행지 선정도 특별히 미얀마가 좋아서 보다 낯설어서 재밌겠다고 했었다. 물론 그 친구가 관종에 SNS 중독자이긴 하다. 학기 방학 중이라 뭔가 새로움이 필요했던 나에게도 고심 끝 결정이었다. 미얀마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가면 큰 가르침을 얻을 것만 같은 설렘을 안고 떠났다. 미얀마는 생각보다 개발이 아직 많이 안 된 국가였다. 아스팔트 도로보다 비포장도로가 더 많았고 온 국민이 쪼리를 신어서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안녕하세요?’,’얼마에요?’와 같은 인사말도 사전과 바디랭귀지로 해결했고 도시의 쿰쿰한 냄새 또한 낯설었다. 여행 첫날, 피곤함에 지쳤지만, 그곳의 분위기를 빠르게 익히는 데는 야시장만 한 곳이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 즐비한 곳 중에서 ‘두리안’을 파는 리어카를 발견했다. 같이 간 동생이 “형! 두리안 먹어봤어요? 저도 안 먹어봤는데 같이 먹어볼래요?”라는 질문에 머릿속 고민 회로가 바쁘게 돌아갔다. ‘두리안..? 안 먹어봤는데? 과일의 황제라며?? 근데 냄새가 고약하다매..? 궁금하긴 한데 약간 비위생적인 거 같기도 하고..음..’ 빠른 고민 끝에 “시장에서 파는 게 맛있을까? 오늘은 여행 첫날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내일 먹자"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거리를 지어냈고 안타깝게도 그 후 4박 6일간의 여행에서 두리안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리안을 먹어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무슨 맛인지 모른다.  35년간 안 먹어왔으니까 특별한 기회가 없으면 죽을 때까지 못 먹을지도 모른다.


7년이 지났지만 쭈뼛대면서 고민했던 한심한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경험 자체를 두려워할지 모르겠으나 무경험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 

해보고 안 맞으면 다음부터 안 하면 되고, 맞으면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비록 두리안이 맛없었더라도 지금의 호기심과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두리안에 너무 빠져버려서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두리안 장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경험이라는 작은 시작이 나를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모른다. 전 직장에서 지금의 와이프와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그 회사에 입사한 게 여자 꼬시러 간 건 아니었다.


모든 경험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걸 다짐한다.

내 앞에 있는 ‘두리안’이 내 인생의 마지막 ‘두리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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