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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Dec 29. 2020

쇼핑의 미학

무리해서 사야 감동이 온다.

지난 주말에 운동화 매장에서 나이키 에어 포스를 봤다. 올빽. 2002년, 중3 때가 생각이 났다. 포스 운동화 중에서 한정판인 일명 ‘개구리 포스’를 중고로 사서 아웃솔에 그려져 있는 별이 지워질까 봐 안절부절하고 별이 몇 개 지워졌는지 매일 세아리며 신고 다녔다. 교복에 개구리 포스면 학교에서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랬던 포스는 그저 그때의 추억을 가져다줄 뿐이지 구매 자체의 감동이나 희열은 없게 되어버렸다.


이상하게 30대 중반이 되어갈수록 그렇게 환장하던 쇼핑이 재미가 없다. 감동이 없다. 사고 싶어서 안절부절, 안달이 나거나 사기전에 두근두근해 하던 느낌을 느껴본 지가 오래다.(그렇다고 쇼핑을 안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렇게 난 이제 쇼핑에는 감동하지 않는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이성적인 사람이 된 줄 알았다.

그렇게 차분해진 날 흔든 건 가격이었다. 이제는 부담 없는 10만 원대 나이키 운동화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경제력 덕분에 간절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작년에 구매한 맥북프로 13인치도 쿨하게 샀을까?

지나가다 애플 매장이 보이는 족족 방문해서 괜히 한 번 타이핑해보고, 유튜브로 관련 영상 거의 다 찾아보고.. 내가 봐도 안쓰럽고 한심할 때까지 알아봤다. 변명을 하자면, 싼 물건이 아니다 보니 비싸게 사고 싶지 않고 가성비 따지고 최대 할인 찾아보면서 꼼꼼하게 알아봤다. 비싸면 안사면 되는데 말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알아보면서 그 제품에 빠져버렸다. 구매를 결정하고 물건을 내 손에 쥐어져서 언박싱 하는 그 순간이 쇼핑의 목적이고 행복의 극치다.

난 철든 게 아니었다. 내 가슴은 더 비싼 물건을 원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새우깡 사면서 쇼핑의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내 눈높이만 높아지고 있었다.

요즘 자동차가 너무 사고 싶다. 자동차 유튜버들은 줄줄이 꿰고 있다. 자동차 출고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벌렁거리는 게 감동도 보통 감동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 당신이 갖고 싶은 게 있는데 터무니없이 비싸다?그렇다면 나를 감동시킬 귀여운 아이다.

국민카드 무이자 할부가 몇 개월까지 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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