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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Apr 12. 2020

친구관계가 끊기는 이유

싸우지도 않았는데 멀어지는 사이

낯선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적극적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간을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 한 체 계속 살고 있다. 이런 성격 탓에 손해를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다음에는 먼저 다가가야지 라고 다짐하지만 왜 이리도 다시 방어적인지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나 마음을 연다. 이 사람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먼저 연락도 해주고 좋은 사람이네 라며 평가는 아주 날카롭게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한결같다.

이리도 서툰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참 다행인 것은 ‘사회’라는 게 좋은 것이 나이와 신분에 따라서 소속을 만들어 준다. 초 중 고등학교에 입학만 하면 한 반에 친구들을 넣어준다.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고 가까워지다가도 지겨울 때쯤 일 년에 한 번씩 구성원도 물갈이해 준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대학, 군대, 회사 등등 다양한 소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다 보면 매년 친구도 쌓이고 그러다 보면 가족보다 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가족들이 더 소중하다고 할지 몰라도 오히려 다양하고 더 극적인 감정은 친구에게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가족을 보면서 설렘을 느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친구인맥에 대해 차이를 정리를 먼저 하자면 모든 인맥은 친구라 할 수 없고 ‘연락을 할 수 있고 알고 지내는 사람'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알고 지낸다고 해서 추억이 될 만한 감정을 공유하지는 않는 것처럼 친구는 알고 지낸다를 넘어서 ‘추억할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 스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인맥이라는 분류가 있지만, 그 안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분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수년이 지났을 때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내 곁에 있지는 않다. 그저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내가 잘못한 것도 걔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왜 싸우지도 않았는데 왜 멀어지는 걸까?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일까? 

자주 만나지 않으면 자연스레 멀어진다고 하겠지만 자주 만나는 것과는 무관하다. 자주 보지 않더라도 오랜만에 만났을 때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대화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한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 멀어지고 있다면, 그 친구와 추억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추억을 만드는 단계인지, 추억을 소진하고 있는 단계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만나서 어김없이 학창 시절 얘기, 신입생 때 얘기.. 옛날얘기가 또다시 주제가 되곤 한다. 그렇다며 다음 만남에서도 옛날얘기가 반복될 게 분명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추억팔이는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 만에 흥미를 잃고 자연스레 멀어지면서 요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친구들의 단톡방이 더 즐겁다.

나도 누적되지 않는 친구 관계가 반복되면서 이 현상을 가만히 두기엔 아깝고 소중한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몇 년 전부터 자주는 아니어도 등산을 시작했고 캠핑도 몇 차례 다녀왔다.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들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활력을 주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활력이 즐거운 추억 쌓기만 해당된다면 좋았겠지만, 꼭 그렇진 않았다. 14년 전, 혈기왕성할 때처럼 싸우고 삐지고 질투하기도 했다. 토라진 배 나온 아저씨들을 화해시키느라 우정 권태기 따위는 느끼지 못했다.


여태껏 까다롭고 편협한 내 인간관계에서 이런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얼마 있지 않은 친구들도 다 언팔하게 생겼구나 싶어서 작은 노력을 하나씩 시도해왔고 다행히 그동안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 덕분에 어렸을 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추억을 회상하기엔 아직 우린 너무 조금밖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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