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많은 직장인의 매년 목표는 이직이다. 작년 2020년의 내 새해 목표도 이직이었는데 7월에 이직에 성공하니 한 해를 뿌듯하게 보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입 밖으로 쉽게 꺼낼 수는 없지만 몰래 소망을 간직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운다. 이직의 사유에는 다양하다. 휴식, 연봉 인상, 원하는 직군, 회사 등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많이 있지만 사실 이직에 대한 결정적 결심은 사람, 직장동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나에겐 세 번째 직장이다. 두 번의 이직 소식을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도 괴롭히는 사람 있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을 정도였다.
하기 싫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괜찮으면 버틸 수 있지만, 아무리 하고 싶던 일이라도 동료들이 별로면 좋아하는 일도 싫어하게 된다. 회사, 연봉, 경력만큼 중요한 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직장 상사들.
길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말 괜찮은, 보고 배울 만 하고 존경할 만한 직장 상사는 거의 보기 힘들다는 게 안타까운 결론이다. 기대를 안 하는 게 좋다. 그저 지난 직장보다 덜 했으면, 좀 나아졌으면 하기만 바랄 뿐이다.
별로인 직장 상사들 중에서도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내 앞에선 배려하는 척하지만 뒤에 가서 내 욕하고, 지저분하고 귀찮은 일에선 어느샌가 사라져 있는 이기주의 형.
쓸데없는 거 꼬투리 잡고 갈구길 좋아하거나 화내는 게 일상인 불통 형.
대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물론 두 가지 모두 갖춘 완성형 인재도 존재한다.
어찌 됐든 저런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미안한데 아무래도 이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 ’기분 상하지 말고 들어봐’, ’이건 화를 안 낼 수가 없어’ 등 래퍼토리다. 미안하면 얘기 안 하면 되고,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얘기 안 하면 된다. 그저 본인이 화를 주체하지 못한 거면서 어쩔 수 없다는 투는 치사하고 이기적이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내는 건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우는 3살짜리 내 조카랑 다를 바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직장 상사는 무조건 참아야 하고 화도 내면 안 되고, 부하직원은 잘못해도 상관없는 약자라는 식으로 직장 상사 욕만 쓴 것 같은데 이런 갈등은 누군가의 분명한 잘못보다는 입장차이에서 오는 게 대부분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 잘하면 돈 더 줄게’, 직원들 입장에서는 ‘돈 더 주면 일 더 할게’ 의 양보할 수 없는 간극이 있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리다는 건 예민한 부분이긴 하다. 원만한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영역이다.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남의 일도 나서서 도와주고, 그 수고로움을 서로 고마워하면서 다음엔 내가 더 노력하려 하고... 그런 회사가 존재할까...?
군대에서 최악의 맞선임을 겪었을 때처럼 직장 상사와의 갈등은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잡코리아가 유일한 해결책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