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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Jan 31. 2021

선택이 중요하다는 착각

내 인생에서 이과냐 문과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바꿔보겠다고 편입 입시와 치열하게 치고받은 게 벌써 9년 전이다. 고딩때 혹시나 몸이 상할까 봐, 컨디션 망칠까 봐 밤새워 공부해본 적 없고 내일 시험보다는 오늘 체육 시간에 반 대항 농구 시합이 더 중요하다 보니 인생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한 적이 없었다. 매일 강남역 편입학원에서 아침 7부터 밤 10시까지 엉덩이에 종기가 여러 번 날 정도로 우직하고 소처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남들은 초중고 때 미친 듯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데 반면, 편입 공부 10개월로 같은 대학 간다는 생각에 지치고 피곤함은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고, 지금 고생은 학창 시절에 공부 안 한 벌이라 여겼다. 그리고 학원에는 학생들보다 더 성실하게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강사들(호칭은 ‘교수님’이었다. 아직도 왜 오글거리는 호칭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이해는 안 된다.)도 일 년 내내 보는 사람들이었다. 과목별로 총 4~5명의 강사들이 수업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수업보다는 수업과 관련 없는 ‘썰’들이 더 반가웠다. 내가 강사였다면 수업은 안 하고 딴소리만 했을 거 같긴 하다. 합법적 일탈과 같은 기분에 모두가 시계를 쳐다보는 걸 금기시했다.

강사마다 경력은 많게는 10년 이상 최소 5년은 되다 보니 나름 많은 학생을 거쳤나 보다. 그리고 많은 딴소리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딴소리는 ‘너희가 시험 합격을 하더라도 내 덕(강사)이 아니라 너희들 덕(학생들)이다. 난 정보만 알려줬을 뿐 공부한 건 너희들 몫이었다.’라는 이야기다. 한해가 지나고 시험에 합격해서 양손에 롤케익과 비타500을 들고 찾아가서 감사 인사도 했지만 ‘그’ 딴소리를 또 듣게 되었다. 

‘나한테 수업을 듣겠다는 선택보다 선택 이후 너의 노력이 결과를 만든 거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인생의 변곡점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고2 때 이과냐 문과냐를 선택하고 나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택 ‘탓’, 또는 ‘덕’으로 여긴다. 나에게 큰 변화를 준 건 선택이 아니라 선택 이후에 나의 자세다. 내가 취업에 성공한 게 이 회사를 지원해서가 아니라 합격하기 위한 내 노력 덕분이다. 같은 학원에 다닌다고 모두가 합격하지 않는 것처럼, 중요한 건 선택에 대한 내 책임과 노력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예쁘기만 하고 나랑 하나도 안 맞는다고 욕할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여자친구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싸울 기회가 수차례 찾아오더라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힘들었겠다’라는 말을 항상 장전시켜놓자.

상대는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네 덕분에’가 되는 건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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