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미 지나간 나의 20대를 비난하는가

답답해하는 20대와 후회하는 30대에게

벌써 12월 말. 30대의 절반이 지났다. 서른 살이 되면서 30대엔 20대 때와는 다르고 기가 막히게 보내겠다는 당찬 다짐에 올해도 나에게 미안해진다.

5년 전, 20대라는 걸 마무리하면서 나만 20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건 가라며 ‘20대란 무엇이었는가’ 혼자만의 정의에 빠진 적 있다. 영화 ‘스물’에서 강하늘이 술에 취해 그런다. ‘사람들이 우리 보고 좋을 때다 좋을 때다 그러는데 애매하게 뭐가 없어. 피부가 좋다는 얘긴가..’ 정작 좋다는 게 뭔지 모르고,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게 20대였다.

생각해 보면 20대에는 싱그럽고 아름답기보단 뭘 선택해도 후회의 연속이었고 후회하다 끝나는 시절이다.

공부할 걸.. 포기하지 말 걸.. 고백할 걸, 사귀지 말걸 등.. 지금도 매일 후회를 하지만 30대의 후회보다 이미 지나버린 20대의 후회가 선명하다.

생각해 보면 후회들 앞에 수많은 선택이 있었고 어설픈 선택들은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20대에 비해 10대 때 그다지 많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학교-학원-집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대학이라는 같은 목표만 가졌을 뿐이고, 우리에게 선택은 고2 때 이과냐 문과냐 정도였다. 하다못해 점심밥도 급식실의 선택이었으니까.

갑자기 늘어난 선택 앞에서 미숙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반복되는 후회도 당연하다.

하지만 20대의 선택과 후회들이 싫지 않다. 그것들 또한 나에게 소중하다.

그 순간에 최고의 선택을 위한 고민을 했다면, 선택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후회들이 아깝지 않다.

30대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 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가져다준다면 충분하다.

20대가 후회하는 10년이라고 한다면 실패로 들리겠지만 어설픈 20대가 있었기에 나의 30대는 더욱 소중하다.

나의 20대는 아직 빛나지 않았을 뿐, 빛날 수 있게 닦아내는 건 이제부터의 내가 할 일이다.

나의 20대는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