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마케팅에 ‘탄력’ 키워드를 최초로 도입시키다
뷰스컴퍼니가 국내 로컬 브랜드 위주로 마케팅하던 시절, 14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바이어스도르프 그룹의 브랜드 유세린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유세린은 백화점 브랜드로 높은 연령층이 타깃이기에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의 강세가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자 유세린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소통하기 위해 2016년 10월, 우리를 찾았다.
물론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애자일 조직의 회사가 잘 되는 트렌드였지만, 글로벌 회사인 유세린은 규범 자체가 보수적이었다. 매번 글로벌 가이드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하고 이걸 영어로 번역해 독일 본사에 컨펌을 요청하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했던 거다. 그래도 이 체계에 대해 변명하고 싶진 않았다. 우리가 원래 하던 방식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글로벌 회사만의 또 다른 성공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뷰스컴퍼니가 브랜드를 처음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들이 가진 자원이다. 브랜드사에서 가진 콘텐츠, 모델, 인프라 등 본사에서 지원 가능한 사항부터 빠르게 정리한다. 당연히 똑같은 기획서로 모든 브랜드를 담당하고 케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원이 많고 활용이 잘 되는 곳일수록 마케팅 예산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세팅할 수 있다. 모든 게 돈으로 되진 않는 것이다.
유세린은 가진 자원이 좋았다. 백화점과 글로벌 마켓에 대한 콘텐츠가 확실했고, SNS에서 따라잡지 못하는 그들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들이 잘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는 건데, 이에 우리는 콘텐츠가 각 영역에서 최적화로 소비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일을 제일 먼저 했다.
다음은 소구 포인트를 잡는 일이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탄력’을 마케팅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건 사실 뷰스컴퍼니가 2016년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정확히는 탄력이란 단어를 뷰티 마케팅계에 최초로 도입하고 확산시켰다. 당시 유세린은 연령대를 낮춰 1020을 메인 타깃으로 잡았는데, 그들에게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티에이징은 부모님 세대나 홈쇼핑에서 먹히는 키워드다. 즉 같은 제품이라도 타겟팅과 플랫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에 카멜레온처럼 변주를 주는 게 중요하다. 모다모다의 블랙샴푸 역시 실제로 새치가 나는 사람이 타깃이었지만, 10대를 타깃으로 할 때는 ‘효도템’으로 스토리를 풀어낸 것도 유세린이 탄력 키워드로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는 바이럴이었다. 그때 그 시절은 유튜브보다 페이스북의 파급력이 대단한, 페이스북 전성시대였다. 좌측 탭을 자세히 살펴보면 페이지 외에 그룹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했는데, 당시 ‘진혹거 겟잇뷰티’ 그룹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여 우리는 그들과 협업해 ‘진혹거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자연스럽게 유세린을 홍보했다.
다음 단계는 뭐냐고? 그룹에서 페스티벌 후기 중 3인의 베스트 후기를 선정해 공식 게재했고, 해당 게시물은 빠르게 다른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이렇듯 시대적 상황, 브랜드와 제품에 맞는 타겟팅, 커뮤니티를 적절히 활용하면 유기적인 바이럴을 쉽게 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내게도 좋은 공부가 됐다. 자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매출을 달성한 뒤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은 불상사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였다. 뷰티가 다른 카테고리의 산업과 다른 점은 단순 바이럴에서도 ‘이미지’를 놓칠 수 없다는 점이다. 유세린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독일 정통 브랜드답게 그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었고, 뷰스컴퍼니는 각 플랫폼에 먹히는 개별적인 콘텐츠 큐레이팅과 트렌디한 바이럴을 통해 프로젝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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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난 후 당시 유세린 담당자에게 연락해 뷰스와 일할 때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현재 휩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최솔 대표는 “뷰티 전문 대행사로서 제품과 뷰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SNS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홍보할 때 훨씬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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