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브랜드 공생관계 구축의 중요성
심지어 우리뿐 아니라 제조사와 브랜드까지 미리 컨택해 일정을 잡고 있었다. 제조사는 코스온, 브랜드는 미팩토리, 마케팅사는 뷰스컴퍼니의 라인업이었다. 나를?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컬빈더 비링(Kulvinder Birring) 대표이사는 내게 한국의 마케팅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다. 정확한 니즈를 알아야 PT를 준비할 수 있는데 사실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난 대표적인 HnB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닥터자르트, 키스미, 머지 등의 성공사례를 가지고 갔다.
그들이 봉착한 문제는 놀라웠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당시 왓슨스는 중국에 3,00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매출 신장을 하기 위해 PB 브랜드의 비중을 높여 큰 이익률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PB 비중이 40%를 넘어가며 오히려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들은 한국의 성공사례를 듣고 중국 왓슨스에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가 2018년도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내가 마케팅을 진행해 올리브영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브랜드(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가 올리브영 PB 상품으로 대체되며 시장을 내어주게 됐다. 플랫폼과 브랜드의 관계 그리고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땐 나도 방심했고, 그 브랜드의 오너도 방심했다. 폭발적인 매출이 우리 매출인 줄 알았지만, 올리브영과의 협업이 어그러지면서 단숨에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상황에 사드 사태로 한한령까지 터지며 수출이 통제돼 본사는 막대한 재고 부담을 가지게 됐다.
난 여기서 생각했다. 과연 브랜드 로열티가 존재하는가? 브랜드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과거 파파레서피의 마케팅을 맡던 시절, 난 늘 김한균 대표와 논쟁했다. SNS 특성상 제품이 먼저였던 나와 달리, 김한균 대표는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라는 스토리를 앞세워 매출 신장을 꾀했다. ‘제품이 먼저냐, 브랜드가 먼저냐’의 싸움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보면 제품도 브랜드도 먼저가 아니다. 실마리는 플랫폼에 있었다. 소비자들의 구매 전환 요인을 역으로 분석했더니 올리브영의 네임벨류와 신뢰도의 영향이 크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소비는 신뢰고 감성이다. 올리브영이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 까다롭게 테스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점 브랜드의 제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브랜드보다 올리브영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DTC도 좋지만, 뷰티 산업에서는 플랫폼과의 협업 및 공생을 놓고 가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기업만 봐도 플랫폼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뷰스컴퍼니가 DTC는 물론, 올리브영, 이커머스, 홈쇼핑 등 세일즈 채널 기반으로 전략을 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쿠팡 PB 전략에 대한 글을 읽었다. 쿠팡과 브랜드는 공생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쿠팡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PB 전략을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중소자영업자를 착취하는 행태와 다름 없다. 이후의 상황은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왓슨스에서도 일어나고, 올리브영에서도 일어나고, 쿠팡에서도 일어난다. 플랫폼의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쿠팡의 PB를 키우는 일은 말이 많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투자나 그들의 이름을 가리고 우회적으로 키울 확률이 높다.
결국, 브랜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정액제를 내세워 고객 매출을 확보한 메디큐브처럼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락인 전략을 사용하거나 재구매 고객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거나 그들이 연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매 체인을 짜야 한다. 물론 신규 브랜드에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클라이언트였던 나인위시스 사례를 풀어보겠다.
브랜드가 가장 원하는 건 소비자의 만족과 그에 상응하는 매출이다. 그러려면 자사몰뿐만 아니라, 올리브영 같은 기타 채널에서도 다 같이 잘 팔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DTC와 올리브영이 연계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하는데, 제품이 겹치거나 가격이 다르면 시너지가 나기 쉽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자사몰 시그니처와 올리브영 시그니처를 다르게 가지고 가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기보다는 캠페인 단위를 나눠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 자사몰에서는 나인위시스 톤업 크림으로 푸쉬하고, 올리브영에서는 베스트셀러인 하이드라 라인 위주로 모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양쪽의 판매가 원활히 이뤄져 이후 교차로 작업할 수 있는 전략과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생존이다. 올리브영에 단순 입점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한번 퇴출당하면 또 들어가기 힘들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자기들만의 체력을 쌓고 단계별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도와주는 게 우리 뷰스컴퍼니의 일이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플랫폼과 브랜드의 공생관계 구축은 DTC를 하기 전에 필수적인 초반 작업이다. 플랫폼에서 잘 팔리면 그들의 PB 제품으로 비슷하게 나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쉽지 않다. 한 채널에 올인하지 말고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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