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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스더 Jun 06. 2024

10명 중 10명이 다 틀리는 맞춤법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힘들면 시험시험해

골이따분한 성격

신뢰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모르는 개 산책

유종애미...


이렇게나 드라마틱한 오류는 잠시 뒤로 하고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틀리는 맞춤법을 소개해본다. 글을 쓰는 직업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초보 번역가들이 99% 틀리는 사례이니 여러분의 맞춤법도 테스트해보기를.



문제) 예문을 읽고 맞춤법이 틀린 문장을 고르시오.


예문

1)오래 전에 다녀온 파리 여행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다. 2)기막힌 경치에 매일마다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3)유럽에서 내노라하는 관광지답게 반짝이는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든지! 4)세느강의 야경은 정말 황홀했다. 5)직장인 시절이라 오래 머물지 못 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정답

맞춤법이 틀린 문장은 두구두구두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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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 5번 전부 다!

아리송한 분들을 위해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먼저 1번.

오래 전에 다녀온 파리 여행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다.


오래 전(X) 오래전(O)

오래전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과거를 뜻하는 한 단어로 사전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붙여 씀이 바르다.


2번.

기막힌 경치에 매일마다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매일마다 (X) 매일(O)

매와 마다의 뜻이 중복된 문장이다. 어법상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깔끔한 글을 쓸 때는 군더더기다. '매일 밤마다', '매일 아침마다'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아침마다, 밤마다로 고쳐 쓰면 더욱 깔끔한 글이 된다.


3번.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관광지답게 반짝이는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든지!


3번의 오류는 두 가지다.


1.내노라하는(X) 내로라하는(O)

어딘가에 내놓을 만큼 멋지다는 뜻 같아서 내노라인 줄 알았다면 경기도 오산 부산 마산. 내로라하다는 '나+이-+-로라+하-+-다'로 분석되는데, ‘이다’,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드러내어 나타내는 종결 어미는 '노라'가 아닌 '로라'이므로 '내노라하다'는 적절하지 않다.


2.아름답든지(X) 아름답던지(O)

든지와 던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예문처럼 감탄할 때나 과거 경험과 관계된 문맥에서는 던지를 쓰고, '하든지 말든지!'처럼 선택이 필요한 문맥에만 든지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4번.

세느강의 야경은 정말 황홀했다.

정답은 세느강(X) 센강(O)


4번은 우리나라의 외표법 문제다. 글쓰는 직업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면 외표법은 궁금해하지 않아도 좋다. 정말 골치만 아픈 나쁜 법이다.

국립 국어원 프랑스어 외표법 용례를 보면 세느강은 오표기라며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5번.

직장인 시절이라 오래 머물지 못 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중 하나인 못하다와 못^하다. 쉽게 구분하는 법은 이렇다.

못하다는 잘하다의 반대말로 기억하자.

예) 노래를 못하다. 공부를 못하다.


반면 무언가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는 못^하다로 띄어 쓴다. 예를 들어 과제를 잘하지 못한 것이라면 '과제를 못했어'로 '못하다'를 붙여 쓰며, 과제를 아예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과제를 못 했어'로 띄어 쓴다.


그리고 기억할 것. "~지 못하다."

'~하지 못한 경우'에는 무조건 못하다로 붙여 쓴다.

예) 먹지 못하다, 말하지 못하다, 가지 못하다.

~하지도 못하다, ~하지를 못하다처럼 조사가 붙어도 마찬가지다.


사실 예문은 몸풀기에 불과. 글이 길어 읽기 싫은 사람은 꼭 이것 하나라도 알아 가시길 권면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정말 10명 중 10명이 다 틀리는 그! 맞춤법!

그것은 바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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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에요!!!!!!!!!!!!!!


나는 온라인상에서 '거예요'를 올바르게 일관적으로 사용한 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책이나 드라마 자막에서나 있는 매우 드문 일이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거에요'라는 말은 없다. 늘, 언제나, Always, Every time! "거예요"가 옳다.


한국 사람 90% 이상이 틀리는 맞춤법이 아닐까 감히 확신한다. 책을 낸 작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의 맞춤법 실력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흔하고 헷갈리는 맞춤법 실수라는 뜻이다. 특히 번역 아카데미에 다닐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거예요'만 제대로 써도 즉각 눈에 띄는 우등생이 될 수 있으니 잊지 말 것.


설명하자면 의존 명사 '거' 뒤에는 '~에요'라는 어미가 붙을 수 없다. '거' 뒤에 서술격 조사 어간 '이-'와 어미 '-에요'가 붙는데, '거'와 같이 모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서는 대개 '이에요'를 '예요'로 줄여 쓴다.


그래서 '~인 거예요', '~한 거예요', '간 거예요', '본 거예요' 등등 모든 경우가 '거예요'이고 이는 일반 단어를 칭할 때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이에요 (박물관+이+에요)"처럼 받침이 있는 명사에는 '이에요'가 붙고 "의자예요 (의자+예요)"처럼 받침이 없을 때는 예요가 붙는다.


예)

미용사예요. 경찰관이에요.

프랑스예요. 영국이에요.


다만 '아니다'의 경우 어간이 '아니'이므로

아니+에요 -> 아니에요가 된다. (아니예요 X)


정리하자면


거에요 X -> 무조건 거예요.

받침 없으면 예요, 받침 있으면 이에요.

아니에요만 예외!


다시 강조한다.

거예요만 제대로 써도 당신은 남달라 보인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글에도 꼭 맞춤법으로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맞춤법을 굳이 고치고 앉아 있으면 살림살이라도 나아지는 걸까. 그럿게 맞춤뻡 따지더늬 어떻해됬데???


정 떨어진다며 남의 맞춤법을 지적하는 글을 보면 오늘 언급한 맞춤법은 다 틀린 경우가 허다하다. 걸출한 작가의 원고를 봐도 틀린 맞춤법 일색이라고 한다. 맞춤법으로 사람 판단하지 말자. 그 판단은 우리가 받을게요...


그리고 누가 맞춤법 따진다고 하면 이렇게 답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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