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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단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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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Mar 14. 2024

꼬마 남친과 처음 맞이하는 방학 두 달 데이트

먹는 데이트

 처음으로 엄마로서 겨울 방학을 맞아 겪어 봤다. 많이 들었던 대로 쉽지 않고 짧지 않은 정말 긴 두 달이었다. 두 아이 코로나 가정보육하던 시간을 생각하면 인원이 줄었고, 아이는 컸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것도 같았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니 역시 쉽지 않았다. 야심 차게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두었으나 역시나 생각대로 된 것은 별로 없었다.


 아이는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라 모든 운동을 비롯 손을 사용하는 활동을 자제해야 했기에 하루 종일 나와 붙어 있어야 했다. 그나마 영어학원 가는 시간이 나에겐 꿈같은 숨 돌리는 시간이지만 첫째가 떠난 30분 뒤 둘째가 하원하기에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무엇보다 내 몸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다. 많이 아팠으니 사소하게 계획했던 것들조차 버거웠다.


 

 방학의 시작은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중반이 넘어서부터는 그저 무탈히 가족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아이에게 덜 짜증 내고 화내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그나마 방학 동안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최대한 함께 먹으러 돌아다녀서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에서 뮤지컬 보고 동생 하원 시간 맞추어 쫓기듯 집에 오는 길에 점심을 해결하고자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이가 에그몬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 이거 예전에 먹었잖아." 슬며시 웃는데 깜짝 놀랐다. 그게 4살인가 5살 때 고작 한 번 먹은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 아이에게 내가 더 놀랐다.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방학 내 초밥 나오는 책을 한참 보더니 '초밥 초밥' 노래 불러서 초밥집도 다녀왔다. 아이는 없고 어른들만 많은 것도 신기한 눈치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잘도 먹었다.

"엄마, 다음에는 돌아가는 초밥 집 가 보자"라는 포부도 남기면서



 그토록 열망했하던 도서관에서 컵라면 먹기도 임무 완수했다. 도서관 휴게실에서 밥 먹는 사람들 볼 때마다 아이는 왜 저기서 밥을 먹냐며 궁금해했다. 도서관 가기로 한 어느 날 아이는

"엄마, 오늘은 우리도 도서관에서 컵라면 먹어볼까?"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나름 계획한 하루였을 모습이다.



 드디어 식당에서 고춧가루 조금 뺀 시판 떡볶이까지 성공했다. 학교 가니 매운 음식에 노출되면서 아이는 부쩍 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뿌듯함일까? 좀 더 컸다는 자부심일까? 아이 친구들끼리 너는 무슨 라면 먹냐며, 혹은 마라탕 먹어봤냐며 매운 부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꼬맹이들!!



아이는

"학교 다녀왔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카레랑 스파게티랑 새우튀김, 빵 나왔는데 너무 맛있었어."

인사 뒤에 한 치의 쉼 없이 바로 점심 메뉴를 줄줄이 말하는 아이다


 자기 전 오늘 하루 뭐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학원 가기 전에 한라봉 주스 먹은 거랑 저녁 다 먹고 계란 프라이만 또 따로 먹은 거 참 좋았어"라고 말하는 아이다


 음식에 많은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분유를 먹을 때부터 먹는 것을 참 많이 좋아했다.


 

  달이 몹시 긴 시간이라 다양한 것을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못 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돌이켜 정리해 보니 모두 함께해서 꿈같은 시간이었다. 굳이 다양한 것을 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으로 편안하고 즐거웠다면 이번 방학의 의미는 충분한 것 같다. 분유 먹는 모습이 아직도 내 무릎에 있는 것처럼 또렷한데 8년이나 지난 꿈속 장면인 것처럼, 언젠가 지금의 이런 데이트들도 꿈 같이 느껴지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아이를 키워보니 더 잘 알겠다. 잡을 수 있는 순간도 되돌릴 수 있는 시간도 없음을. 나는 똑같은 것 같지만 하루가 다르게 그는 커 가고 있음을.


함께해 주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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