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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tener Sep 19. 2020

딱 좋은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

의사결정


잠자는 서랍 속의 보고서

보고서에는 생각을 담아야 한다고 배웠다. 최종 결정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하더라도, 실무자가 생각하는 최선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라고 했다. 그래서 항상 대안 중 하나는 글자 색깔을 다르게 하거나 밑줄을 그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최선입니다)

 

그 분은 늘 보고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처럼, 우리를 '묵사발'로 만드시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셨던 것 같다. 좋은 점은 한두 시간 혼나고 나면 결론이 났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다음 날이면 그 결론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끝판 대장은 따로 있었다. 이 분은 차분하게 보고서를 읽었고,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으며, 노고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를 할 때마다 추가적으로 요구하시는 자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본인의 상사가 질문할지 모르는 것들, 그때 사용할 추가 보고서, 그걸 설명하기 위해 당신이 공부해야 할 자료.

 

그럼에도, 수많은 저녁과 휴일을 반납하고 작성한 보고서 중 상당수는 그의 서랍 속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연말이면 재활용 폐지 신세가 되는 수십 수백 장의 문서를 보며, 아무 목적 없이 구덩이를 팠다가 메우는 걸 반복하는 것이 왜 형벌인지를 깨달았다.


한 번 실패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사회

최선은 옳은 결정은 하는 것이며, 차선은 그릇된 결정을 하는 것이고, 최악은 결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리더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특히 직장에서) 실패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곤욕을 치르는 건 흔히 볼 수 있지만,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아서 큰 피해를 입힌 사람을 보기는 어렵다(몇 년 또는 몇십 년 후에나 알게 될 테니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라는 말은 플래카드에나 붙는 구호일 뿐, 여전히 우리는 신중함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조금 늦게 출발해도 밤잠 안 자고 달려 따라잡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리더는 "지금" 결정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되면 수정하면 되고, 끝내 실패하더라도 무언가 배우기는 한다. 그러나, 결정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사 결정에도 종류가 있다

리더의 어깨를 짓누르는 의사 결정의 부담감. 이를 덜어 주는 좋은 글을 소개한다.

리더의 의사결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준칙의 사안(원칙 중심). 법이나 핵심가치에 관련한 사항은 사안의 중요성이나 금액에 관계없이 그대로 따르는 것이 리더의 책무이다.

둘째, 합의의 사안(시너지 중심). 방향 설정, 목표/전략 수립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은 관련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의논하여 결정해야 한다.

셋째, 위임의 사안(효과 중심). 일상적인 업무로서 그 성패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일들은 담당자에게 목표만 부여하고 일임하여 효과를 높여야 한다.

리더의 지혜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사안의 성격에 따라 합당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준칙의 사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합의의 사안을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위임의 사안을 직접 의사 결정하여 조직이나 성과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 김정원 (리더십 코치, 前 한동대학교 겸임교수)


완벽한 의사결정이란 없다. 최선의 결정만이 있을 뿐이다. 누구도 당신에게 완전무결을 기대하지 않는다. 리더로서 결정을 내리겠다는 “태도”와, 사안의 종류에 따라 노련하게 대처하는 “기술”이 있다면 결과는 당신의 기대를 뛰어넘을 것이다.


탁월한 판단은 경험에서 나오며
경험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 에릭 슈미트 外,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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