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 시작하면 책을 내려놓지 못했고, 덕분에 밥상에도 책을 들고 앉거나 수업 중에 선생님 몰래 읽다가 '사랑의 매'를 맛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 말 그대로 ‘끝장’을 봐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 재미있는 드라마를 추천해 주면 완결된 것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다음 에피소드를 1주일씩 기다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인터넷에서 퀴즈를 발견하면 힌트를 거부하고 내 힘으로 풀어보려 한다. 무언가를 ‘끝장’ 내는 것은 큰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고내게는 그것이 공부다. 교과서의 다음 장이 궁금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시험에서 잘 모르는 문제를 만나면 미련 없이 넘어갔다. 그렇게 계속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문제. 성적은 늘 엉망이었지만,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는 ‘끝장’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일은 머리가 아니라 발로 하는 것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종종 아이디어를 내어 놓았다. 혼자 신이 나서 설명하는 내게 상사는 말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팔다리야. 뇌가 아니라.” 아이디어는 넘치도록 많았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지도 다들 알고 있었다. 그걸 실현해 낼 사람이 부족할 뿐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그들이 발전시키지 못한 것들이다. (토머스 에디슨)
회사에는 ‘끝장’을 볼 수 없는 이유가 너무도 많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라서, 최선을 다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서. 그럼에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독려해 가며, 계속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탁월한 리더가 된다.
보이지 않는 '끝장'을 보게 해 주는 사람
어느 판매왕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끊지 않는 사람의 비율, 그중 방문을 허락하는 비율, 그중 구매하는 비율 그리고 그들의 평균 구매금액을 바탕으로 '전화를 열 번 걸 때마다 40센트를 번다'는 걸 깨닫고, 이후로는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목표한 만큼의 전화를 걸었을 뿐이라고 했다.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은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오늘 해야 하는 작은 일은 목표 달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 않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하루 이틀 쉰다고 목표 달성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특히, 일의 '끝장'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시시포스처럼 매일 돌덩이 같은 과제들을 밀고 산을 올라야 하는 회사 생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알려 주어야 한다. 산 너머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있다는 것을. 때로는 함께 밀고, 때로는 매섭게 다그쳐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쯤 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야 한다.
정상에 올라 당신에게 말로만 듣던 '끝장'을 보게 되는 순간, 구성원들은 성취감이나 명예, '전리품'들에 취해 잠시 당신을 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당신이 그 어떤 산에 도전하든, 그들은 기꺼이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