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전교 1등을 하면 어떨 것 같아? 동네방네 자랑하겠지? 그런데 왜 부하가 뛰어나면 자랑하지 않을까?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라면 생각이 짧은 거야. 상무까지는 자기 힘으로 올라올 수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부하를 키워야 올라갈 수 있거든. 풍선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풍선(부하)을 크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감한 ‘권한 위임’이라는 말씀으로 부회장의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반드시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 보고, 아니라면 부하들에게 맡겨. 그래야 후배들도 성장하지. 그렇게 후계자를 키워 놓았을 때 회사는 당신한테 더 큰 일을 줄 거야.”
권한은 나눠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권한 위임을 말할 때 주로 delegation과 empowerment라는 단어를 쓴다. Delegation은 위임이다. 관청에 직접 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위임장을 주고 부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위임받은 사람은 그 일만 대신할 뿐,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위임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위임받은 사람이 한 일이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위임한 사람이 진다.
Empowerment는 딱 맞는 단어가 없단다. 굳이 번역하면 권한 부여 정도. 식당 사장이 2호점을 내며 종업원에게 경영권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2호점은 네 가게야. 잘해 봐.” 권한도 책임도 다 넘겨주지만 할 일은 더 많다. 권한을 받은 사람이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잘 뒷받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부회장이 말씀하신 권한 위임은 Empowerment다.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단, 모든 상사의 눈에 부하는 대개 믿음직스럽지 않다. 게다가 잔소리나 간섭이라고 할까 봐 조언은 마음껏 못 하지만, 필요한 정보와 자원은 충분히 제공해 줘야 한다, 결정적으로, 힘들게 얻은 내 권한을 빼앗긴 것 같아 기분도 좋지 않다.
새로운 것을 잡으려면, 우선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
'인재육성의 5M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1. Model (우선 나부터 실천해 보자) 2. Mentor (내가 먼저 해 볼 테니, 잘 지켜봐) 3. Monitor (네가 해 봐. 내가 지켜봐 줄게) 4. Motivate (이젠 혼자 해.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5. Multiply (잘하네. 이제 너도 다른 사람 가르쳐)
권한 위임은 부하의 단계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젖을 뗀 아이에게 우선 과즙을 먹여본 후, 묽은 죽으로 그리고 밥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지식과 경험이 적은 부하에게는 상세한 지침을 주고 혼자 헤매지 않도록 자주 피드백을 해 줘야 한다. Delegation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숙달된 부하라면 당신이 원하는 목표를 알려주고, 이렇게 물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내가 뭘 도와주면 돼?’ Empowerment다. What만 명확히 주고, How는 맡기는 것이다. 사람은 선택권을 받게 되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
번지 점프를 해 보면 안다. 뛰어내리기 전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눈 딱 감고 권한을 줘 보자. 그럼 당신은 양 떼를 이끄는 한 마리 외로운 사자에서, 용맹한 사자 무리를 이끄는 밀림의 왕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