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 엄마

by 빛작

너 같은 딸 낳아봐.

나는 이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대신'너도 애들 키워봐라'이 말을 엄마한테서 자주 들었다. 어제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몰랐었는데, 왜 그런 표현을 했지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릴 적 엄마와의 시간이 많지 않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속 얘기가 내 마음에 생생하게 닿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해할 만큼의 나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둘만의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거꾸로 되짚어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박 2일 모녀 여행,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산에 가고 싶다는 장모님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남편은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길면 더 좋았을 텐데 가족을 챙겨야 할 몫이 커진 나이가 되니, 짬내기가 쉽지 않았다.


삼 남매 식구와 떠나는 와는 달랐으니 짧아도 좋았다. 하루 전, 코칭 시간에 오롯이 여행에 집중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큰 의미를 더했겠다.


즐겁게 보내기, 크게 표현하고 많이 웃기!

혼자서 마음먹고 표현해 가기로 했다.

자주 듣던 이야기에 집중했고, 엄마 아닌 딸로 여성으로 눈높이를 맞춰보았다.


8남매의 둘째 딸로 동생들과 부모님에게 든든한 역할을 해냈던 엄마였다.

한 시절마다 겪어낸 시간을 딸인 나에게 전부 이식이라도 하듯, 그득한 보따리를 풀어갔다.

점점 생기로워져 갔다.

팔짱을 끼고 음식을 떠먹여 드리고, 받았던 사랑을 하나씩 꺼내놓을 때, 엄마는 점점 어려지셨다.

엄마는 우리의 각기 다른 기억을 차곡차곡 옷처럼 개어주었다. 세월에 눌려, 하고 싶었던 꿈을 루며 최선을 다해온 여정이었다.

알아서 잘 커주었다는 응축된 한 마디가 내 귓가에서 자꾸 하늘거렸다.

엄마는 진화하는 존재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부터 가족과 부대낄수록 강해지도록 자연선택되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두 글자가 엄마이지 않을까.


우리를 뼈 빠지도록 키웠더니 엄마는 다리에 힘이 없어졌다. 키 큰 엄마가 자꾸 작아졌다. 머리숱이 또 줄었다. 두 아들을 키워봤더니 나는 이제 보였고 엄마에게 더는 불평불만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철분이 재생되는지도 몰랐다.

엄마와 내 시간이 만난 갑작스러운 여행이 뜨거운 국밥처럼 진해지는 것 같았다. 기뻐하는 엄마의 손하트 뭉클해졌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여행 #엄마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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