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집에서 고무 압축기를 써야 할 일이 일어났다. 이럴 때 대략 난감이라고 하던가. 긴급 상황임을 알아차린 나는 수고를 다해 보기로 했다.
한곳에 집중해서 팔힘을 조절했었던 지난 기억대로 좌변기의 기능을 되살리는데 노력했다.
어떻게 지금 내 상황과 닮아있는 거지? 뚫고 싶은 심경이 들킨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의 원리는 예외가 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평소 보아왔던 창이 아닌 들여다보지 않았던 창을 사용하는 시도는 찰나에 나를 환기시켜 주었다.
사실, 몸이 사물에 붙어 있을 때 가져다주는 이점 때문에 밤중이 아닌 아침에 다시 눕는 일이 잦아졌다. 침대 의자 매트 이게 문제였다. 아니, 요 물건에 기대고 싶은 내가 문제였다.
엑스레이를 찍을 때마다 경추 몇 번 몇 번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합리화시키고 있던 나는 뚜러뻥을 보면서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답답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말이다.
왜 답답함이 자꾸 머무르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요가를 그만둔 후 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가는 데 있다. 직장인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열차가 가기로 한 철길 위를 달리면 되는데 저 길은 어떨까 조금 쉬어가볼까 하는 격이었다.
두 번째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데 있다.
잘 쓰려는, 조금 나은 이상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나. 책상이 지저분하면 생각이 흐트러지면 정신이 무질서해지면 글이 안 써지는 게 당연하겠다. 되짚어볼 기회가 나를 치료하러 찾아온 것만 같다.
오늘 영혼의 약에 대한 니체의 문장은 이런 나를 치료해 주기 위해 내 눈을 붙들어주는 것 같았다. 조용히 누워 있는 것과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영혼의 모든 병에 대한 가장 돈이 안 드는 약*이라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한 발을 내딛으면서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니체는 정신의 위계가 흐트러져 회색 창문으로 들여다보면서 판단하려던 나에게 섬세하고 유쾌한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집중하지 못했고 힘 조절을 하지 못했던 나를 계속 허용하고 있었구나. 체육센터에 전화를 걸어 등록하는 나를 눈앞에 떠올리며, 막혔던 생각, 답답했던 길목을 뚫고 가보기로 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2025, 동서문화사
#직장인 #정신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