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나는 임재범이다

공연이 끝난 뒤

by 빛작

이별이 미움을 덮는다.


존재를 잊는 것만큼 더 큰 아픔은 없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와 심정은 고통을 겪은 사람의 그것에 비할 수 없을 것 같다.


열흘 전쯤 빨간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표정과 목소리가 떠오르는 '비언어적 감성'을 부르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때부터 설렘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기다림과 함께.



토요일 오후, 킨텍스 홀에서 콘서트가 있었다.

홀 앞에는 데뷔 40주년이자 은퇴 기념을 알리는 배너들이 서 있었다. 얼핏 봐도 장발의 우수에 찬 가수의 표정은 사진을 찍으려는 내게 기대감을 한껏 올려 주었다.


친구들과 온 이십 대,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녀, 중년 부부와 연인들이 자리를 메우는 동안 전광판에서 반가운 음성이 들렸다.

김이나작사가, 가수 백지영, 윤종신과 이승기의 축하 인사말이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낮게 깔린 BGM과 나래이션이 안정감있게 집중을 도왔다. 관중들의 질서의식도 한몫을 했다.


길 위에 물든 석양으로 채운 영상에는 가수와 꼭 닮은 캘리그래피가 적혀 있었다.

나는 임재범이다*


검은 가죽 자켓과 올백머리 그리고 포니테일을 한 주인공이 보였다. 오래전 콘서트장에서 보았던 가수 신성우가 떠오르기도 했다. 베이스기타 연주처럼 묵직하고 잔잔하게 말이다.



이십대 후반, 그때 그 시간의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였듯, '여행자'라는 래는 한 가수의 빛나는 젊은 날이었을 것이다. 시적 언어가 째깍째깍 운율을 타는 동안 나는 동시대를 사는 행복감에 빠져들고만 있었다.


노래가 주는 '감각 단서'가 이십 대의 아련함을 데리고, 겹겹이 긴 세월을 되짚어주는 듯했다. 이제는 '장기 기억'이 된 어가 자신도 모르는 삶과 닮았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옆자리의 남편도 그 옆자리의 노인도 소리 없이 몸을 끄덕이고 있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흐를 때는 방향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발자취를 돌아보니 아니었을까? 필요했고 견딜수 있어서 지금껏 지나왔을까.

산속을 헤매다 어느 날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면... 연약하기 짝이 없던 자신이 어느새 강해져 있는 걸 알게 될는지 모르겠다.


관중 대신 삶을 고백하고, 뜨거운 심장을 꺼내줄 줄 아는 중년의 한 사람.

이 밤이 지나면 모습을 볼수 없 건가 아...


소리 질러~~

하는 락커의 한 마디에 중들은 나이들어가는 우리의 삶이 또다시 꽃피기를 바라는 박수와 함성으로 답을 하는 것 같았다.


한 컷 한 컷 40년의 무게를 담는 영상이 나왔다. 조용한 진심으로 마리아상 앞에서 고해했다.

경험의 압력은 눈빛과 날숨만으로도 느낄수가 있는거구나.


'아버지의 사진'을 부르는 동안에는 나는 바라고 었다. 원망과 미움으로 찬 팍했던 세월 그대로 호랑이의 무늬처럼 진하게 새겨졌기를. 그 무늬가 은퇴 뒤로 가려지지 않기를 말이다.

[40여년의 기록들 중에서}

Life is just drama. 가 쓰고 있잖아~~

(2026.1.6. Life is a drama 음원 중에서)

콘서트 제목처럼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넣어

외쳐보자고 했다.

'나는 빛작이다'


작가의 알을 깨고 살아갈 나의 드라마는 1년 전 첫 발을 떼었던 것 같다. 행글이 상위에 올랐을때 글을 사랑하는 지인분이 임재범의 '비상'을 들려주었던 날이 떠올랐다.


내가 기다렸던 존재감이

오직 노래가 되기 위해 쓰여진 언어처럼

뼈와 살이 같이 만져지는 볼살을 꼬집듯

현실감있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2025년의 그때처럼

2026년의 저녁에도 나는

어느새 가사를 음미하고 있었다.

음, 짙음. 울림이 공존하는 목적지가

노래에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별은 미움을 덮."

아, 사실이 감정을 덮겠구나!

한 남자의 세월을 보상해줄 것 같은 여운을 남긴 녁.


또한, 앞으로 써나가고 싶은

[삶이 담긴 한 줄]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시간은 세월의 재료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는 임재범이다, 코러스팀,밴드팀과 관객들과 함께 한 컷~

< 오늘도 독자분들과 소통하며, 징검돌을 하나씩 놓습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로 2026년 5월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삶의 메시지를 눈과 마음에 담을수 있었습니다.

#콘서트 #임재범 #여행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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