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냥즈 서열정리의 시작
회색빛 고양이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차가 움직여서 죽거나 하수구에 빠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것을 감지하자, 빛과 같은 속도로 다가가 차 밑에 새끼 고양이를 손으로 낚아챘다. 내 인생에서 생전 느껴보지 못한 기막힌 순발력이었다. 다행히 그 새끼 고양이는 힘이 없는지 크게 반항이 없어 수월했던 것 같다. 굶은 것 같았고, 어미가 털을 핥아주지 않았는지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그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 일단 티슈로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그리고 급하게 산 고양이 우유를 주사기로 먹이기 시작했다. 회색 새끼 고양이는 생각보다 식욕이 왕성해서 우유를 잘 먹었다. 그간 못 먹은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떠먹였다. 꿀떡꿀떡 잘 받아먹는 진 회색 고양이, 따뜻한 곳에 두면 잠도 끙끙 거리며 잘 잤다. 그리고 먼저 데려온 두 마리의 고양이 해리, 캐리가 있었기에 우선 분리조치하고, 돌보기 시작했다. 회색 고양이의 이름은 일단 '몽수구리'로 부르기로 했다. 귀여움이 넘칠 땐 그냥 몽으로도 불렀다. 그 후, 설사가 있고 변에 피도 보여 병원 처방으로 항생제도 먹였다. 몽수구리는 급속도로 몸이 좋아지고 살이 붙기 시작했고, 조금씩 폴짝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래서 상황을 지켜보다 세 마리를 합사 시켰다. 셋 다 어린 탓에 별 저항 없이 '캬옹'하며 어울려 노니, 참 만족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나와 가족들은 뭔가 서서히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선입관도 희미해지더니 미소를 너머 웃음을 띠기까지 했다.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나와 가족들을 잘 따르고 곧잘 붙임성이 있었던 것이다.
첫째, 캐리는 여자 코숏 치즈 고양이로 정말 공주같이 행동했다. 변까지 깔끔하게 처리했으며 혼자 사색을 즐기고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그 자태는 창가에서 고개를 들고, 꼬리를 감는 포즈로 드러냈는데, 해리와 몽수구리가 호기심에 한 번씩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면 큰 낭패를 봤다. 캐리가 발톱을 바짝 세우지는 않았지만, 매섭게 할퀴며 앞발 폭격으로 저지했던 모양. 그리고 그때마다 캐리가 내지르는 단전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었는데, 귀가 울렁거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해리와 몽수구리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만하게 보는 것, 그것을 버르장머리가 없는 걸로 판단.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캐리, 캐리는 서열 1위를 차지하고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