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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로서의 출발

드루와 고양이

by 양다경 Mar 07. 2025

나와 다섯 고양이와의 만남은 단계적 스토리가 있다. 나는 사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선 고양이를 요사스러운 동물로 표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신을 쫓고, 귀신과 눈 마주침까지 가능한 고양이는 인간에게 복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무척이나 그 인식은 가스라이팅에 가까웠고, 나는 그 탓에 고양이가 무서워 지나치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딸이 친구네 집에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딸의 말은 친구네 집에서 임신한 어미 고양이를 불쌍해서 거두었다는데. 생각보다 새끼를 많이 낳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 고양이들을 키울 집을 찾던 . 딸이 뽀시래기 코숏 치즈냥이를 보자, 귀여워서 두 마리를 입양한 것이었다. 처음에 딸이 동의 없이 한 일에 온 가족이 반대했다. 경험도 없었기에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에 화를 내며 돌려보내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생명의 책임감은 컸기에 고양이들을 정성껏 돌보고는 있었다. 다만 가족 간의 화해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서로 간 불만은 증폭되고 있었다. 그러던 와 중에 새끼 고양이들도 우리의 망설임을 느꼈는지 불안함에 곧잘 숨을 곳을 찾아 숨기가  일쑤였다. 나는 또 그 모습을 보면 애처로움이 들었고, 두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다 말다, 하는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아무튼 집 안은 매일 코숏 고양이들을 찾아 헤매는 온통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래도 어쨌거나 그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 '해리, 캐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고양이 집사 되는 법을 공부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로 두어 달 후, 남편이 출근을 하다 말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이냐?", 고 물으니 "밖으로 빨리, 빨리 나와봐",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 대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몇 걸음을 옮기고 상황을 보게 되는데. 순간, 기가 막혀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골목을 나가 도로를 쳐다보는데 하수구 위, 정지된 차 밑으로 검은 물체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회색빛을 띈 새끼 고양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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