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부탁해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다. 책의 반납 기일이 임박한 날짜라 나는 조금은 마음이 급해 빠른 걸음이어야 했다. 그러나 무의식의 발로인지, 가는 도중 살랑살랑 걷는, 행동 자체가 너무 이쁘고 뽀송한 모습의 복슬강아지를 나는 눈으로 좇고 있었다. 봄이 완성될 무렵에는 날씨도 적당히 따뜻하겠다, 생각하며. 아침밥을 억지로 먹은 것 같아 속이 거북하게 올라오는 중에도, 모든 시선은 그 강아지의 앙증 뒤태와 보호자의 찰랑대는 미소에 이끌려 집중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 강아지가 이뻤는지 지나갈라치면 너도나도 자연스레 길을 터주고. 강아지는 그런 주위 사람들에게 혀를 통통 굴리며 짖지도 않는 모습으로, 예측컨대 강아지는 상당히 붙임성 있는 듯 보인다. 그렇게 꽃샘추위 봄날이 한창일 때, 나는 쫑쫑 걸음의 복슬강아지를 따라 느린 걸음을 하며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맑은 풍경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모두에게 강하게 부딪히어 정지되고, "악!" 하는 소리가 쨍하고 사람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갑자기 횡단보도에 서있던 그 복슬강아지가 무슨 일인지 보호자의 끄는 끈을 당기며 거침없이 차도를 뛰어든 것이다. 주인은 "어!" 하는 사이에 강아지의 강한 당김에 끈을 놓아버리고. 차도에 뛰어든 강아지는 파란불이 되어 서려는 차에 '퉁'하고 튕겨 붕 뜨더니 땅에 내려왔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찢어지는 강아지의 '깨깡'하는 소리, 보호자의 울음 섞인 절규가 들리고, 사람들은 놀라는 광경에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주위가 정지된 듯 그 장면은 슬로모션처럼 구체적으로 와닿고 있었으니. 그런데 그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어느 중년 남성 한 분이 차도의 차들을 향해 빨간불이 바뀌는 순간에 "스톱! 스톱!"을 크게 외쳤다. 그리고 강아지를 망설임 없이 재빨리 들어 도로가로 옮겨 놓는 것이다. 놓자마자 강아지 주변으로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듯 모여들고, 강아지가 부딪힌 차의 여성차주도 길가에 차를 대고 "어떡해!" 하며 달려왔다. 그러더니 저마다 걱정하는 소리가 주변을 에워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 제 길을 가지 못한 채 여러 사람들이 섞여 상황의 절박함을 보고 있었다. 강아지의 상태를 지켜보는 모두의 심정이란, 보고 있는 모두가 극도의 슬픔이 마음으로 전달됐고. 강아지는 생의 사투인 모양, 입에 침이 섞인 피를 쏟고, 사지는 경련을 일으키며 조금씩 버둥거리기만 했다. 딸꾹질을 하며, 아프다 말도 못 하는 동물이기에. 그 고통을 항변 없이 그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 보호자는 에워싼 사람들의 탄식 소리의 결집, 그 사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앉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나는 긴박감이 조성되는 분위기에, 도서관 가는 길 따라 올라가면 있는 동물 병원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에 병원을 방문한 경험에서였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저기 바로 옆으로 걸어가면 동물 병원이에요. 거기로 빨리 옮기는 것이 좋겠어요!" 하며 강아지 보호자에게 나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서두르고 싶은 눈치였으나, 상황에 생각이 비틀거리는지 갈팡질팡하는 보호자. 나도 확인할 새도 없이 뱉은 말이었고, 어떻게 강아지를 옮길지 막연했다. "어쩌지… 어쩌지……"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며 보호자도 여성차주도 중얼거리며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근데 그 옆으로 빠르게 나타난 슈퍼 총각이 박스를 들고 와, 안을 겹겹이 쌓아 튼튼하게 하고, 강아지 옆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여기에 싣고 가면 될 것 같은데" 하며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도 동시다발로 "그래요, 박스로 옮겨요. 빨리 서둘러요! 빨리! 빨리!" 그 재촉은 방금 전 강아지를 도로가로 옮긴 중년 아저씨를 향해 자극했고, "강아지를 박스로 옮길 테니 받치고 가야 해요!"라고 아저씨는 도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나는 당황해서 그 광경을 보며 심적 소용돌이에 있었는데, 뭔가 '병원'이라는 말을 꺼냈기에, 군중심리에 얽힌 스스로 지목 대상이 된 것 같기도 한. "네, 함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 하며 동참할 의사를 싣는 말이 불쑥 나왔다. 그러고 나니 강아지 보호자와 아저씨는 무언의 신호를 하고, 조심스럽게 박스에 강아지를 눕히고. 아저씨가 "자, 들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아지가 놓인 박스를 나도 보호자도 힘을 합쳐 들어 올렸다. 그렇게 우리는 지체 없이 그 박스를 손으로 강하게 받치고,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병원으로 뛰듯이 걸었다. 여성차주도 얼굴이 심각하게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 뒤를 뛰며 따라왔다. 우리는 가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은 듯, 재빠르게 10분 거리를 5분에 돌파하며, 동물 병원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아마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우리 행동에 박차를 가하듯이 "어서! 어서!" 서로랄 것도 없이 재촉해 더 잽싸게 병원에 도착한 것 같았다. 보호자는 인사불성 눈물범벅으로 급히 의사 선생님을 찾고. 거기 간호사분들도 다 뛰쳐나와, 급한 상황임을 병원에 알렸다. 보호자는 강아지와 함께 병원 내부로 서둘러 들어갔다. 아저씨와 나, 여성차주는 그 광경을 보고, 말을 잊고 할 일도 잊어버린 채 병원 복도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앉아있으면서 불안한 심정을 표현하듯 아저씨는 다리를 떨었고, 나는 손을 쥐락펴락했다. 여성차주도 긴장감에 자리를 박차고 어딘가 전화를 하며 복도를 서성거렸다. 그러던 사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찬 강아지 보호자가 나왔다. 울먹이며 "일이 있을 실 텐데…… 여기까지 데려와주신 것만도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아저씨와 나는 강아지 보호자의 말을 듣자, "아녜요!" "아녜요!"손사래를 하며 괜찮다고, 위로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아지의 생사를 걱정하는 얼굴이 드러나는 보호자. " … 애가 많이 다친 것 같아요" 하며 말했다. 듣고 있던 아저씨가 머뭇거리다 말을 잇는다. "괜찮을 겁니다! 서려던 차였기에 반동이 크지 않았어요" 그러자 여성차주도 전화를 끊고 그 얘기를 듣고, "그렇죠… 그래야 할 텐데" 하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걱정의 어두운 낯은 보는 이가 안쓰러울 만큼 역력했다. 그리곤 의사 선생님이 다시 보호자를 부르는 신호가 들리고,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하려 보호자는 빠르게 병실로 들어갔다. 남은 아저씨와 나, 여성차주는 강아지를 걱정하는 몇 마디를 나눈 뒤, 또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십여 분 뒤, 강아지 보호자가 얼굴이 한층 안정되어 나왔다. 다행히 강아지는 응급처치를 잘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빠른 조치와 기적이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해서 모두 '휴'하는 깊은 안도가 나왔다.
아, 한편으로 죽음이 닥쳐도 서럽게 생각하지 말자고 해도, 강아지가 가슴 깊이 얼마나 무사했으면 했는지. 그제야 우린 폭풍 같은 호흡을 들이마시다 뱉고, 그리고 보호자, 여성차주와 인사를 끝으로 나와 아저씨는 병원에서 나왔다. 아마도 여성차주는 무언의 책임감을 느끼고 남아서 상황을 더 지켜보려는 듯했다. 아저씨는 병원 복도를 내려오며 "다행이다!" 하고 들리도록 불쑥 말을 뱉어냈다. 나도 "다행이네요, 정말!" 하며 긴장이 풀리자 머리를 긁적이고, 그제야 서로가 처음 본 낯선 이임을 인식하고, 머쓱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돌아서며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생사에 대한 생각을 주의 깊게 떠올리게 됐다. 행복과 불행이 한 끗 차이로 존재하고 그 결에 우리는 서 있으니.
사실은, 우리의 하루는 아무 일 없는 일상이면 늘 선물인 셈이다. 그래서 매번 감사함으로 살아가야 되는 이유인가 싶기도 한.
그리고 오늘이 소중한 건 예측불허한 일 속에서도 결집되어 떠오르는 생명의 경외, 그 경외를 실감하고 감도는 시간을 함께 했기에. 그래서 강아지 구조의 그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각인한, 생명 가치의 더없는 귀중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