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Jul 15. 2024

정과 사랑은 민들레 홀씨 되어

雲山 최순자(2024). 정과 사랑은 민들레 홀씨 되어.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15.


어느 날 아침, 골목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마을인지라 ‘무슨 일이 있나?’하고 창문을 열고 살펴봤다. 옆집 어르신이 혼자 사는 아랫집 분에게 뭔가를 건넨다. 종종 서로 나눔이 있는 관계인지라 그런가 보다 했다. 옆집 어르신이 공명재에도 오셨다. 손에는 방금 찐 듯한 옥수수 4개가 들려있다. “0000 사장이 한 포대 가득 갖다줘서요.”라고 하신다. 그 댁에서 씨를 받아 심은 우리 옥수수를 보시고는 “저건, 작아서 먹기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신다. 옆집과 아랫집이 나눴던 것은 옥수수였던 것이다. 


옥수수는 여름철 대표적 간식거리다. 나는 밥맛 없을 때 밥 대신 먹으려고 다른 분들이 영상에 올려놓은 대로 얻은 씨를 심는 시기 간격을 두고서 심었다. 열매는 아직 작지만, 튼실한 열매를 기대하고 있다. 그분은  또 다시 땀 뻘뻘 흘리며 찾아와 찌지 않은 옥수수 10여 개를 건넨다. 답례로 사다 놓은 검정콩 미숫가루 몇 개를 봉지에 넣어 드렸더니, “지난번에도 많이 주셨는데.”라며 손사래를 치고 가신다. 건넛집에도 갖다주신다며 달음질하신다.


시골에 살다 보니 나눔의 일상이다. 먹거리 이것저것을 나눈다. 0000 사장과 옆집 어르신은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낸다. 옆집은 친구에게 받은 옥수수를 다시 주변 이웃들과 나눈 것이다. 2001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가 떠오른다. 주인공 열한 살 트레버는 학교에서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과제를 받았다. 소년은 “1명이 3명에게 친절을 베풀고, 그 3명이 다른 3명에게 친절을 베풀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낸다. 베풀기는 전국에 퍼져 기적처럼 세상이 바꿔나간다는 영화였다. 


나는 텃밭에서 기른 토마토, 가지, 깻잎, 고구마순, 부추, 파 등과 함께 찌지 않은 옥수수 7~8개는 구순의 어머니께 보내 드리려 한다. 어머니도 혼자 드시지 않고, 집에 찾아온 분들과 나누실 터이다. 한 분의 정과 사랑이 몇 차에 거쳐 민들레 홀씨 되어 따뜻한 세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 살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